[기자수첩] 연말에 떠오른 '정용진 발언'

박준호 기자
입력일 2017-12-28 15:09 수정일 2017-12-28 15:09 발행일 2017-12-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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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생활경제부 기자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식상한 말이 됐지만, 그만큼 말이 갖는 무게는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물며 대기업 총수의 말은 어떤가. 사회적 지위 만큼이나 그 파급력이 작지 않다. 그만큼 총수의 말 한마디는 그룹 이미지는 물론 향후 경영전략 등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킨다.

요즈음 말의 무게를 절실히 느끼고 있을 한 사람이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8월 스타필드 고양 그랜드 오픈 기념식에 참석한 후 취재진과 만나 “올해 안에 온라인사업과 관련해 깜짝 놀랄 만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경영 전략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은 정 부회장만의 매력이다. 실제로 정 부회장의 발언 뒤에는 이를 증명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이 수반됐다.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정 부회장의 ‘깜짝 발언’의 의중을 놓고 아마존·알리바바와의 협업, 국내 이커머스업체 인수 등 다양한 설이 제기됐다.

그러나 시장을 놀라게 하겠다는 정 부회장의 장담이 무색하게 신세계의 행보는 잠잠하기만 하다. 소문만 무성할 뿐 신세계 관계자들도 영 감을 잡지 못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도 올해 안에 가시화된 무언가가 나오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회의적인 시선이 커지고 있지만, 그나마 ‘정용진’이기에 혹시나 하는 일말의 기대감이 남아있다.

과연 정 부회장은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내뱉은 말에 책임질 수 있을까. 그가 직접 못박은 약속 시한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파격적인 발언으로 늘 시장을 놀라게 했던 그가 언행일치의 미덕을 보일지, 아니면 ‘말의 무게’를 새삼 실감할지 업계의 눈이 정용진 부회장의 입으로 쏠린다.

박준호 생활경제부 기자 ju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