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책에선 위로와 페미니즘, 웹에선 기대와 실망 골고루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7-12-29 07:00 수정일 2017-12-29 10:57 발행일 2017-12-29 14면
인쇄아이콘
[2017 문화계 결산] ④출판·웹콘텐츠
ruftksruftksdkfrhdltslal

‘위로’, ‘페미니즘’, ‘4차 산업 혁명’, ‘지식’ 등 올해 출판과 웹콘텐츠 키워드는 특히 사회 현상과 밀접하다. . 헬조선이란 단어로 대표되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따뜻한 책에서 위로를 찾았고 여성 작가들은 그동안 가슴 속에 담아둬야 했던 억울함을 에세이와 소설 등 다양한 장르로 풀어냈다.  

페미니즘은 웹콘텐츠로도 확산됐다. 관련 단체들은 SNS로 의견을 공유했다. 그때 등장한 인스타그램 웹툰 ‘며느라기’는 그 정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다. 해당 작품은 올해 오늘의 우리 만화에 선정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검증받았다.  

경제 쪽에서는 IT 기술의 발달로 눈앞에 다가온 4차 산업 혁명 관련 도서들이 많이 소개됐다. 지식을 향한 관심은 TV 예능 ‘알쓸신잡’의 인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 결과 역사, 정치 등 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지식을 재미있게 전달하는 책들이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올해 웹콘텐츠는 기대와 실망을 골고루 줬다.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는 지각비 논란에 이어 한 작가의 내부 고발로 독자의 반발을 샀고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레진코믹스 세무조사를 요청합니다’라는 글이 올라가는 일이 벌어졌다.  

2017122701010016228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 (사진 제공=말글터)

반면 기대는 웹툰 제작사 와이랩과 영화사 용필름의 만남으로 탄생할 ‘슈퍼스트링’ 프로젝트다.

할리우드 마블 시리즈와 같은 한국판 히어로 무비 탄생에 영화 팬들의 마음을 설레기 시작했다. 영화 ‘옥자’ 배급으로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집중한 넷플릭스의 활약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출판계, 공감·위로·페미니즘을 읽다

● 2015년 ‘미움받을 용기’ →  2016년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2017년 ‘언어의 온도’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가 올해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책은 지난해 8월 출간 이후 SNS 등 온라인상에서 서서히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얻었고 올해 3월부터 11월 말까지 주별 베스트셀러 1위에 14회 오르며 최장기간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예스24 문학 담당 김도훈 MD는 “최근에는 거창한 이야기 대신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깨달음이나 잔잔한 위로를 전하는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언어의 온도’ 역시 흔히 사용하는 말을 소재로 일상의 이야기를 다룬다.  누구에게나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책”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올해는 ‘나’에 관한 에세이가 사랑을 받았다. 베스트셀러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 등 책의 제목에도 당당히 ‘나’가 들어간다. 이는 다른 사람이나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을 신경 쓰기 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길 권하는 요즘 트렌드에 부합되는 부분이다. 

2017122701010016226
‘82년생 김지영’ (사진 제공=민음사)

● ‘82년생 김지영’으로 대표되는 페미니즘 열풍  

페미니즘은 올해 출판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트렌드다. 그 중심에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읽어보라며 권하며 더욱 화제가 된 책으로 속에는 한 여자의 일생을 통한 남녀 불평등 문제가 담겨 있다.  

그 동안 페미니즘 관련 도서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억압된 여성의 권리가 사회 문제가 된 데이트 폭력, 성추행 등 각종 이슈와 만나면서 페미니즘 운동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82년생 김지영’ 외에도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로 유명한 아디치에의 신작 ‘엄마는 페미니스트’가 출간됐고 페미니즘 작가 레베카 솔닛이 방한하는 등 2017년은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한 해였다 .
2017122701010016230
무라카리 하루키의 7년 만의 신작 장편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 (사진 제공=문학동네)

문재인, 무라카미 하루키,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인물 따라 관련 책 떠들썩

예스24에 따르면 따르면 5월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문재인의 운명’ 특별판은 현직 대통령 자서전 최초로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했다. 

이어 4주 동안 1위 자리를 지켰고 문재인 커버 타임지 아시아판 역시 1분당 42권 판매라는 놀라운 속도를 기록하며 지난 해 가장 빠르게 팔린 도서인 한강 ‘채식주의자’의 1분당 판매권 수인 9.6권 기록을 경신했다. 

문 대통령이 여름 휴가 기간 읽었다고 알려진 ‘명견만리’도 뒤늦게 화제가 됐다. 

반가운 소식은 무라카미 하루키,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대작 작가들의 귀환이었다. 특히 무라카미 하루키는 ‘1Q84’ 이후 7년 만에 신작 장편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를 소개해 독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인물 따라 독자의 책이 달라지는 건 미디어셀러와도 연관이 있다. ‘알쓸신잡’ 출연자 유시민 작가의 ‘국가란 무엇인가’, 정재승 교수의 ‘과학 콘서트’ 등 책들이 TV프로그램의 인기를 따라 다시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웹콘텐츠, 다사다난했던 웹툰·1인 미디어웹콘텐츠 재미의 중요한 요소는 ‘공감’, OSMU 기대감 상승

2017122701010016229
네이버 웹툰 ‘한번 더 해요’를 원작으로 하는 KBS2 ‘고백부부’가 올해 시청자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사진 제공=KBS)

웹툰‘한번 더 해요’를 원작으로 하는 KBS2 드라마 ‘고백부부’는 두 주인공이 다시 대학 시절로 돌아가는 후회하고 다시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이 시청자의 공감을 샀다. tvN ‘부암동 복수자들’은 원작 웹툰 ‘부암동 복수자 소셜클럽’에 담긴 상류층에 대한 분노와 복수를 평범한 사람 시선으로 풀어내며 시청자에게 대리 만족을 줬다.  

공감이 중요한 건 주로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보는 방법과도 연관이 있다.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본인의 호흡에 맞게 넘겨보는 웹툰은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거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백의 미학을 가지고 있다. 이런 공감과 반추의 매력 때문에 최근 정서적 위안과 위로를 원하는 젊은이들이 관련 소재 웹툰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한다. 

웹툰의 OSMU(원소스 멀티유즈 One-Source Multi-Use)는 꽤 오래 전부터 주목 받았다. 올해도 변함없이 관련 콘텐츠가 영화와 드라마와 제작됐다. 이런 기대감은 웹소설로도 어어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웹소설 시장 규모를 2016년 기준 1800억원으로 분석했다. 이어 모바일로 쉽게 전파되는 확장성과 다양한 소재의 활용에 높은 점수를 주며 올해는 그 규모가 작년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했

다. 

도를 넘은 별풍선 사업, 아프리카 TV 음란성 논란 

clip20171227120811
1인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 TV가 선정적이고 자극적 콘텐츠 생산으로 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 제공=아프리카 TV)

1인 방송 플랫폼 프리카 TV를 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초창기엔 재미와 자기만족을 위해 콘텐츠가 제작됐다면 이젠 ‘별풍선’으로 돈을 버는 데에 집중되면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방송이 주를 이루게 됐다. 

올해 아프리카TV BJ 상반기 매출 순위에 따르면 1위 BJ가 5억 5000만원, 2위 BJ가 4억 5000만원을 벌었다. 이 자료를 보면 별풍선으로 BJ를 후원하는 데 하루 밤 1000만원 이상 썼다는 말이 그다지 놀랍지 않게 다가온다. 

얼마 전에는 일부 BJ가 본인의 방송을 위해 타인을 도찰하거나 식당에 무단 침입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 개인방송 1일 후원액 상한선을 기존 30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실로 다가온 넷플릭스의 공습, 대중은 다양한 콘텐츠 쉽게 접해 

movie_image (1)
영화 ‘옥자’ (사진 제공=넷플릭스)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건 작년 1월이다. 하지만 당장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월정액으로 결제해서 보는 시스템이 낯설고 국내 정서에 맞는 콘텐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제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은 넷플릭스에 관심을 가졌고 직접 콘텐츠를 보며 그 영향력을 체감했다. 넷플릭스의 등장은 단순히 콘텐츠 제작에만 변화를 주는 건 아니었다. 넷플릭스 ‘옥자’는 영화는 반드시 극장에 걸려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그 외에도 SKB, KT 등 국내 IPTV 사업자들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며 전통 강자였던 TV를 위협하고 다.

청와대 청원에 오른 레진코믹스, 작가 최우선주의 초심 찾을까?

clip20171227121139
레진코미스가 지각비와 원고료 미정산 문제 등으로 작가와 독자에게 외면받고 있다. 사진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오른 ‘레진코믹스 세무조사 요청 글’ (사진 제공=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갭처)
웹툰 업계에서 가장 큰 논란은 지각비, 해외 원고료 미정산 등의 문제가 불거지며 작가와 독자에게 비난받는 레진코믹스 사태다. 세무조사를 해달라는 청와대 요청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한 작가는 지난 24일 자신의 블로그에 ‘블랙리스트’에 올라 불이익을 당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작가는 그동안 레진코믹스 측에 작가의 명절 연휴 휴일 지정과 폰트 지원 등을 건의했지만 돌아오는 건 이벤트 프로모션에서 자신의 작품이 제외되는 ‘블랙리스트’ 포함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레진코믹스가 내놓은 해결책은 ‘작가 커뮤니케이션 부서’ 신설이다. 이성업 이사는 “작가 커뮤니케이션 부서는 내부에서 조직을 통합하고 신규 인력을 채용해 집중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해당 부서는 작품 외 전반에 대해 작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 뿐 아니라 행정과 정책보완을 주도하는 전담조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

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즐거운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