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증권가 유리천장, 깨지려면 멀었다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17-12-21 15:03 수정일 2017-12-21 17:10 발행일 2017-12-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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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NH·한투 여성 임원 0명…미래에셋대우·KB·삼성 1~2명
임원 수 40~90명인데 비하면 새 발의 피…여성 직원 비율은 40%
유혜진기자수첩
유혜진 증권부 기자

얼마 전 한국예탁결제원과 대신증권, 미래에셋캐피탈의 정기 승진인사에서 각각 여성 임원이 처음으로 나왔다. 창사 이래 최초라며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예삿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증권가 유리천장이 깨지려면 멀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몇 천명 되는 직원 중 여성임원이 없는 회사가 허다하다. 

한국 자본시장을 총괄하는 한국거래소조차 여성 임원을 두지 않았다. 정기 인사철만 되면 최초의 여성 임원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발표될 인사도 마찬가지다.

민간기업이라고 다르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NH투자증권의 여성 임원은 0명이다. 이 회사 임원이 46명인데 그 중 여성은 없다. 임원 40명을 거느린 한국투자증권에도 여성 임원은 없다.

여성 임원이 있는 회사마저 임원 수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다. 미래에셋대우 강서지역본부장(상무보)이 이 회사 단 1명의 여성 임원이다. 미래에셋대우 임원은 89명이나 된다. KB증권은 임원 53명 가운데 사외이사와 자산관리(WM) 부문장(부사장) 1명씩을 여성으로 뽑아 놨다. 삼성증권에서는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SNI사업부장과 삼성타운금융센터장 총 2명이 여성 임원이다.

여성이 없어서 임원도 없는 게 아니다. 금융투자업계의 여성 직원 비율은 40%가량이다.

이 업계에는 성과주의가 뿌리내려 있다. 능력을 드러내면 승진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럴 만한 일에 여성이 상대적으로 못 낀다는 점이다. 주요 증권사에서 본사영업과 기업금융을 맡은 남성 직원이 4명이라면 여성은 1명 정도 된다.

역량을 뽐낼 자리부터 깔아줘야 유리천장이 깨질 수 있다.

유혜진 증권부 기자 langchemi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