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진핑이 달라졌다

채현주 기자
입력일 2017-12-18 15:23 수정일 2017-12-18 15:24 발행일 2017-12-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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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주 국제부 기자

‘신시대 중국 특색 대국외교’를 강조하며 집권 2기를 시작한 시진핑 국가 주석. 그가 한국은 물론 일본 등 갈등을 빚고 있던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시 주석은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3불(不)’과 ‘쌍중단’은 언급하지 않으며 이전과 달리 수위가 낮아진 표현을 사용했다. 기자회견에서도 “모두가 아는 이유 때문에 중한 관계는 곡절을 겪었다”며 ‘사드’라는 껄끄러운 단어를 애써 피했다.

앞서 지난 13일 시 주석은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식에서도 3년 전 일본을 정면 비판했던 때와 달리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다른 간부가 대신 읽은 연설문을 통해 시 주석은 “전쟁은 중국 뿐 아니라 일본에게도 큰 상해를 입혔다”며 “양국이 역사를 거울 삼아 미래로 나아가 인류평화에 공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갸우뚱하는 눈치다. 닛케이 신문은 이날 “완강했던 중국이 누그러지기 시작했다”며 시 주석의 변화를 심층 분석했다.

시 주석은 그동안 아베 신조 총리와의 회담에서 자료를 읽기만 했다. 또 모든 사진에서 시 주석은 시무룩한 표정을 일관했다. 하지만 지난 11월 베트남 회담에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내용을 직접 설명하는가 하면, “중국 관광객들이 일본서 비데나 밥솥을 많이 산다”며 일본을 띄우는 유머 섞인 멘트까지 던져 웃음 짓게 했다. 당시 아베 총리도 놀라는 눈치였다.

이런 시 주석의 행보에 ‘상생을 통해 세계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신시대 대국외교가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에는 대북 대응 등 현안 이슈가 너무도 많다. 어떤 변수가 대두되더라도 시 주석이 지금과 같은 ‘상생행보’를 지켜갈 지 지켜볼 일이다.

채현주 국제부 기자 chjbr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