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선택과 집중을 위한 '신경 끄기의 기술'이 필요한 당신에게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17-11-03 07:00 수정일 2017-11-03 08:14 발행일 2017-11-0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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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계발서의 패러다임 '신경끄기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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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열기 전에는 그저 그런 자기 계발서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첫장부터 편견은 깨진다.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는 신간 ‘신경 끄기의 기술’이 출간됐다. 저자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마크 맨슨, 그는 20대 초반까지 직업이 없었다. 

그는 스스로 “옷 갈아 입는 것 보다 꿈이 자주 바뀐 소년”이었다고 과거를 회상한다. 그렇다고 루저의 개과천선기는 아니다. 명쾌하고 지적인 책은 출간 직후 단숨에 아마존·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15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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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끄기의 기술| 마크 맨슨 지음 | 갤리온 출판 |1만 5000원(사진제공=갤리온)

◇애쓰지 마, 노력하지 마, 신경 쓰지 마

이 책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부제로 달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에 주목해야 한다.

저자는 앞뒤 따지지 않는 긍정은 오히려 독이라고 강조한다. 때론 내려놓고 포기하고 더 적게 신경 써야만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경 끄기의 기술’은 수많은 선택지와 기회비용 앞에서 인생의 목적을 잃어버린 채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깨달음을 전한다.

책은 잡다한 것을 배제하고 더 나은 삶으로 가기 위한 5가지 가치관을 제시한다. 그 5가지 가치관은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책임지기, 스스로 옳다는 확신을 버리고 틀릴 가능성 받아들이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 거절하는 기술 익히기,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 숙지하기다.

세계 석학이나 성공한 사업가가 들려주는 뻔한 조언이었다면 지루해져 책을 덮었을지도 모른다. 문장의 대부분은 뒤통수를 후려치는 통쾌한 직언으로 이루어져 있다. 독자의 고통을 ‘도구’로, 트라우마를 ‘힘’으로, 문제를 ‘더 나은 문제’로 제시하는 방식은 읽을수록 신선하다. 저자의 방식은 평범하지만 허를 찌른다.

인생은 원래 고통스럽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삶의 무게도 덜어진다 조언하는 식이다. 수많은 TV 프로그램과 콘텐츠, 책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세상, 하루의 시작을 수많은 선택과 기회비용 앞에서 고심하는 현대인들에게 아무도 해주지 않았던 조언이 이 책에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 혹은 성공하려면

누구도 이 책처럼 ‘행복으로 가는 길에는 똥 덩어리와 치욕이 널려있다’고 말해주지 않는다. 저자의 명쾌한 조언을 보자. ‘고생 끝에 낙이 온다’가 아니다. ‘나는 무엇을 즐기고 싶은가’도 아니다. ‘나는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야 말로 행복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란다. 그렇게 ‘신경 끄기의 기술’은 현실을 인정하는 법을 알려준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진실이 귀에는 가장 거슬리는 법이라고 강조하며 굵게 ‘볼드’ 처리까지 해 놓았다.

‘신경 끄기의 기술’에는 실망판다로 이름 붙인 동물이 나온다. 현실에서 자신을 구원해줄 히어로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싸구려 안대에 마스크를 하고 배가 나온 이 캐릭터를 보면 고개부터 저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정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조언을 해주는 모습이 한 마리쯤 키워보고 싶을 정도다. “떼돈을 버니 기분 좋지? 그런데 애들이 너를 좋아할까?” “넌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신경써. 그리고 그걸 ‘우정’이라고 우기지”라는 대목에서는 무릎을 치케 만든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바로 ‘나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죽음은 몇십년 후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죽음을 늘 의식하지 않으면 하찮은 것이 중요해 보이고 정작 소중한 것을 놓치기에 이르기도 한다.

명성을 더 얻기 위해, 돈을 버느라, 피상적인 엉터리 가치를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축내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남은 인생을 명쾌하게 살기 위해서라면 현실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할 수 있는 만큼 견뎌야 한다. 좀더 필요한 결정을 하면서.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