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4차 산업혁명 쓰나미 생존법, 좀 더 재미있게 놀아나는 ‘협력하는 괴짜’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7-10-27 07:00 수정일 2017-10-27 17:18 발행일 2017-10-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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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는 없지만 분명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인공지능(AI)의 최첨단화로 사라지는 일자리, 로봇시대의 도래와 인류의 위기…. 이들은 더 이상 SF영화 속 흥미로운 소재들이 아닌 우리가 직면한 두려움이다. 

그 두려움의 중심에는 ‘생존본능’이 있다. 이미 시작된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이다. 막연한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로봇과 경쟁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책 ‘협력하는 괴짜’가 출간됐다. 저자는 대한민국 벤처 1세대인 메디슨 창업자이자 KCERN이사장, 카이스트 K-School 이민화 겸임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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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하는 괴짜 | 이민화 지음 |시그니처 지음 | 1만 6000원

“인간에게 쉬운 일은 로봇에게 어렵고 로봇에게 쉬운 일은 인간에게 어렵다.”

낙관적이든 비관적이든 미래는 예측할 수 없으니 스스로 디자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미국 로봇공학자 한스 모라벡(Hans Moravec)의 패러독스를 상기시킨다.

더불어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단순한 기술혁명이 아닌 현실과 가상의 융합, 즉 O2O의 순환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기업, 선진국 중심의 ‘추격자 전략’이 아닌 대기업과 중소기업, 선진국과 개발도상국·후진국이 선순환 발전하는 탈추격 혹은 선도전략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격자 전략의 핵심 역량, 성공을 위한 정확한 목표 등은 탈추격자 전략에서 불확실한 목표에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 정직한 실패 지원을 위한 안전망 등으로 대체된다. 호시탐탐 상대의 약점을 노리거나 물어뜯기보다 강점을 공유하고 협력해야하는 시대인 것이다. 

책은 그런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알아야할 것들을 ‘4차 산업혁명의 진짜 의미’ ‘그래도 일과 일자리는 진화한다’ ‘대체되지 않는 인재, 협력하는 괴짜가 돼라’ ‘협력하는 괴짜를 키우려면-교육혁신의 측면에서’ ‘미래 조직의 리더와 리더십’ ‘불안해 할 시간에 질문하라! 13가지 Q&A’ 등 6개장에 담았다.

카이스트의 미래사회 예측 7대 변수,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과 12대 기술모델, 욕망의 관점에서 바라본 기술, 일자리의 원천, 일자리의 진화 등을 꼼꼼하고 다각적으로 설명하며 그에 따른 대안으로 ‘괴짜’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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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계산, 지식의 축적 등 인공지능 혹은 로봇의 강점은 인간이 보다 창조적이고 감성적인 일에 집중하게 한다. 복잡한 서류나 회의록 작성 혹은 복잡하게 계산해 수지타산을 맞추는 일, 생산성 증가를 위한 고민 등에 빼앗겼던 시간을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어떻게 재밌게 할 수 있을지를 탐색하는 데 투자하면 된다.

책은 그렇게 괴짜를 늘리고 그들이 협력하면 생겨나는 변화를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각종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공감으로 시작되는 디자인 씽킹의 5단계, 호혜적 이기심의 신뢰, 노블리스 오블리주, 프로젝트 중심·맞춤형 교육,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리더의 4가지 능력, 8개의 ‘ㄲ’에서 찾은 한국형 기업가 정신 등 괴짜를 늘리고 그들이 협력하게 하기 위해 제시된 팁들도 흥미롭다.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는 바둑대결에서 이세돌, 커제 등 인간을 이겼고 최근 발표한 최신버전  ‘알파고 제로’는 그 알파고를 완파했다.  지식과 정보의 공유, 경제 주체와 객체의 공유를 통한 자기조직화, 초연결사회 등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생존 키워드로 제시된 지 오래다.  이를 어떻게 진행시켜가고 무엇을 해야할지는 여전히 모호하기만 하다.  

‘협력하는 괴짜’ 역시 뻔한 소리를 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분명 시작됐고 로봇과 인공지능은 더 이상 경쟁이 불가능할 정도로 발전했다. 결국 반복적이고 분석적인 일은 그 대단한 능력자에게 맡기고 인간은 하고 싶은 일을 보다 즐겁게 하면 된다는 의미다. 저자의 로봇과 친구 먹는 괴짜 찬양이 흥미로운 이유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