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벙커·방공호·유령역…서울시 ‘비밀’ 지하공간 3곳 공개

최수진 기자
입력일 2017-10-19 13:21 수정일 2017-10-19 15:20 발행일 2017-10-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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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벙커 역사갤러리 내 전시사진
여의도 지하벙커 역사갤러리 내 전시사진(사진제공=서울시)

서울시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지하 공간 3곳을 서울 시민들에게 개방한다. 여의도 지하비밀벙커, 경희궁 방공호, 신설동 유령역 총 3곳이다. 과거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현재 방치된 해당 공간들이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시민들에게 공개되는 것이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연면적 871㎡ 규모의 ‘여의도 지하비밀벙커’가 전시·문화 공간으로 정식 개관한다. 시는 여의도 지하비밀벙커 내부 공간을 예술품을 설치하고 전시·기획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꾸몄다. 1970년대 만들어진 이 곳은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 경호용 비밀시설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누가, 언제,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어 추측만 존재하고 있다.

시는 “벙커 위치가 당시 국군의 날 사열식 때 단상이 있던 곳과 일치해 1977년 국군의 날 행사에 대통령 경호용 비밀 시설로 사용됐으리라 보고 있다”며 “냉전 시대 산물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시는 여의도 지하비밀벙커를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보존했다. 특히 대통령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은 소파, 화장실, 샤워장이 있는데 소파는 원형과 가깝게 복원해 시민들이 직접 앉아볼 수 있게 했다. 화장실과 변기 등은 그대로 뒀다.

입구 전경
서울역사박물관 주차장 쪽에 위치한 경희궁 방공호 입구 전경(사진제공=서울시)

시는 서울역사박물관 주차장 구석에 있는 ‘경희궁 방공호’도 공개한다. 전체 면적 1378㎡ 규모의 경희궁 방공호는 일제 말기 비행기 공습에 대비해 통신시설을 갖춰 만든 것이다. 외벽 두께가 약 3m에 이른다.

시는 식민지 말기 암울했던 상황과 방공호의 느낌을 되살리기 위해 조명과 음향을 설치했다. 방공호 1층 천장에 3D로 재현된 폭격기 영상과 서치라이트를 이용한 대공관제를 연출했다. 2만여 장의 일제강점기 관련 사진으로 실시간 포토 모자이크 미디어아트를 재현했다. 2층 계단엔 방공호 내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신설동 현황사진
신설동 유령역 모습(사진제공=서울시)

‘신설동 유령역’은 지금은 쓰지 않는 1974년 지하철 1호선 건설 당시 만들어진 역사다. 43년간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고 지도에도 나오지 않아 유령역으로 불렸지만 70년대 역사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아이돌 그룹 ‘엑소’의 뮤직비디오, 드라마 ‘스파이’, 영화 ‘감시자들’의 촬영 장소로 활용됐다. 일반 시민에게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도시재생을 통해 사람들의 발길이 닿기 어렵고 잊혀졌지만 우리의 역사와 기억을 간직한 공간을 시민에게 개방하게 됐다”며 “특히 여의도 지하벙커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가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만큼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길 바란다. 경희궁 방공호나 신설동 유령역 역시 새로운 시민공간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chois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