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함께 걸으면 재미는 두 배, 신간 '아이와 거닐기'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7-10-20 07:00 수정일 2017-10-24 22:18 발행일 2017-10-2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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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동안 아이와 함께 걷고 기록한 서울 여행서
상암지구, 북촌, 연남동 등 서울 인기 여행지를 아이 시선으로 담아
영진닷컴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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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아이와 거닐기’ (사진제공=영진닷컴 출판)

서울을 안내하는 여행서는 시중에 많다. 일부 작가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의 시선으로 주변 동네를 소개하고 다른 일부는 낯선 이의 시선으로 같은 공간을 다르게 묘사한다. 사진과 그림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그것이 곧 책의 특징이 된다. 독자는 사진으로 보고 그림으로 느끼며 서울 곳곳을 여행한다.

신간 ‘아이와 거닐기’는 아빠의 마음으로 아이의 눈을 통해 서울을 여행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지닌다. 책의 주인공은 여행 사진가 아빠 표현준과 지금은 10살이 된 아들 표찬유 군이다. 표현준 저자는 이 세상 대부분 아빠처럼 어느 날 아이가 커가며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아이와 같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주변 산책을 시작했다. 아이와 함께 걷는 길은 혼자와는 달랐다. 어른과는 다른 아이가 보는 서울, 저자는 그 안에서 뛰노는 자녀의 모습을 5년 동안 기록하며 함께 성장했다.

‘아이와 거닐기’는 당장 어디를 가야 할지 막막한 독자에게 좋은 가이드다. 저자는 경험자로서 서울 명소 중 특히 아이와 걷기 좋은 곳을 골라 추천한다. 시작은 최근 급부상한 미디어 중심지 ‘상암 지구’다. 이곳은 과거 105만 평에 이르는 쓰레기 매립지였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월드컵경기장, 공원, 나아가 방송국이 모여있는 미디어 일대까지 이곳은 같은 공간에서 여러 테마를 즐길 수 있는 서울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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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거닐기 |표현준 지음 | 영진닷컴 출판 | 1만 5000원 (사진제공=영진닷컴 출판)

책은 잘 안 알려진 곳도 빼놓지 않고 전달한다. 월드컵경기장 옆에 숨어있는 매봉산 산책로는 그 중 하나. 저자는 ‘꼭 가보길 추천하는 산책로’라며 그곳을 책의 1장 상암지구의 제 1스팟으로 선정했다. 

그 외 하늘공원, 노을공원, 디지털미디어시티 등을 소개한다. 한쪽에는 상암동 동네 안쪽에 숨어있는 작은 동네서점 ‘북바이북’이 있다. 저자는 커피와 함께 맥주를 먹을 수 있는 장소라며 추천한다. 

글과 사진은 거의 50대 50으로 배치됐다. 사진은 풍경과 그곳에 있는 찬유 군의 모습이 주로 담겼다. ‘아이와 거닐기’ 제목에 맞게 찬유 군 또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추천지가 많다.

온갖 장난감이 모인 ‘뽈랄라 백화점’, 다양한 캐릭터가 있는 ‘홍대 틴틴샵’, 일본 인기만화 ‘원피스’의 무대를 그대로 옮긴 ‘Cafe de ONEPEICE’ 등 추천지에는 아이를 생각하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있다.

또 다른 특징은 소개공간이 아빠들도 좋아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책은 같은 남자로서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곳들을 연이어 소개한다. 저자가 직접 걷고 기록한 내용이기에 정보에 신뢰가 가는 점도 책의 큰 장점이다. 다만 같이 있는 아이의 코멘트가 없는 건 아쉽다. 예를 들어 북촌은 “옛날 집이 많아 좋았다”, 연남동은 “아빠와 맛있는 빵을 먹어서 좋았다” 등 해당 장소에서 아이가 느낀 점이 덧붙여졌다면 좀 더 읽는 재미가 있겠지만 책은 객관적 정보 전달에 집중했다.

들어가는 말에 저자는 “아이와 걷고 기록하니 거리 풍경보다 빨리 변하는 아이 모습을 발견했다”며 “오늘의 산책이 미래를 위한 저축”이라고 표현했다. 매일 새벽과 늦은 밤 자는 아이의 모습만 기억하는 직장인 아빠라면 지금이라도 시간을 내 가까운 곳을 같이 걸어보면 어떨까. 그 경험이 쌓인다면 서로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