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JTBC ‘뉴스룸’ 작가가 말하는 ‘뉴스가 위로가 되는 이상한 시대입니다’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17-10-13 07:00 수정일 2017-10-24 22:23 발행일 2017-10-13 12면
인쇄아이콘
12손석희

세월호부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이르기까지, 종합편성채널 JTBC는 지난 3년간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사건과 함께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모든 언론이 팽목항에서 철수할 때도 끝까지 현장을 지키며 유족들의 눈물을 훔쳤고 ‘태블릿PC’ 보도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2011년 종합편성채널 출범 때만 해도 부역언론, ‘조중동 언론’으로 손가락질 받았던 JTBC지만 이제는 위상이 달라졌다. JTBC는 시사주간지 ‘시사인’과 칸타퍼블릭이 지난 9월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신뢰도 조사에서 신뢰하는 언론 매체, 신뢰하는 방송 매체, 신뢰하는 방송 프로그램, 신뢰하는 언론인 문항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예능, 드라마로서 이루기 힘든 보도의 절대적인 가치를 입증한 사례다. 

JTBC ‘뉴스룸-팩트체크’ 코너와 주말 ‘뉴스룸’을 담당하고 있는 임경빈 작가의 신간 ‘뉴스가 위로가 되는 이상한 시대입니다’는 JTBC 보도의 출발부터 성장을 관찰하고 기록한 책이다. 뉴스의 핵심은 기자의 취재지만 이를 영상으로 다듬어 시청자들 앞에 내놓기까지는 수많은 스태프들의 노고가 숨겨져 있다. 저자는 차가운 뉴스 뒤 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JTBC ‘뉴스룸’의 성공요인을 되짚었다.

뉴스_9788960516045 고
‘뉴스가 위로가 되는 이상한 시대입니다 - 뉴스룸 뒤편에서 전하는 JTBC 작가의 보도 일기’|임경빈 지음|부키 | 1만 3000원| 사진제공=부키

저자는 ‘뉴스룸’의 인기비결로 ‘블록(block)식 구성’과 ‘뉴스쇼’ 형식을 꼽았다. ‘뉴스룸’은 90초짜리 개별 리포트를 단순 나열하는 지상파 방송의 백화점식 구성을 지양하고 이슈에 따라 블록으로 묶인 뉴스를 내보낸다.

여기에 논평·풍자·심층 분석 등 이슈에 다각도로 접근하는 개별 코너들을 추가해 하나의 쇼 형식으로 뉴스를 제공한다. 달라진 형식은 시청자들과 보다 밀접하게 소통을 나누기 위함이다.

하지만 개국 초의 JTBC뉴스는 고전했다. 보수층의 시청자들은 TV조선 뉴스를 선호했고 비교적 중도보수층의 시청자들은 MBN을 시청했다.

시청률로 평가받는 방송환경에서 신생 종합편성채널은 0.1% 격차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 작가진들 사이에서는 뛰는 JTBC·채널A·MBN 위 나는 TV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이를 뒤집은 사건이 세월호 참사 보도와 최순실 태블릿 PC 특종이다. 

저자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100일간 이어진 세월호 참사보도의 울림을 전한다. 초반 4%까지 치솟았던 시청률은 어느덧 1%대로 뚝 떨어졌지만 JTBC는 뚝심있게 현장을 지켰다. 저자는 “보도의 기본은 감정이입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사안을 건조하게 보는 것”이라면서도 세월호 사건만큼은 건조한 시각을 유지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태블릿PC보도는 내부 스태프들에게도 기밀로 부쳐졌다. 대체로 방송 보도는 당일 오전 대략적인 사안이 큐시트에 기재되기 마련이지만 태블릿PC보도는 ‘최순실PC 관련’이라는 한줄만 적혀있을 뿐이어서 작가들도 시청자의 입장에서 뉴스를 지켜봤다는 뒷이야기를 전한다.

이 책에서는 JTBC 특종 에피소드와 더불어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은 고단한 방송작가의 현실도 공개된다. 흔히 드라마에서 접하는 예능, 드라마 작가의 삶과 시사보도 프로그램 작가의 그것은 또 다르다. 자료취재, 섭외, 원고작성, 기획, 코디네이팅까지 그야말로 기자와 PD, 작가 3인의 몫을 소화해내야 한다.

아침에 눈떠 조간신문과 포털뉴스 창을 분석하고 SNS를 실시간 체크한다. 뉴스의 연성화와 더불어 생방송 뉴스에서 자막을 입히는 것도 작가의 몫이다. 저자는 프리랜서인 작가들의 고단한 업무환경과, 낮은 임금, 불안정한 지위 등 실상을 담담한 어조로 전달한다. 

이름도 없이 스튜디오 뒤편에서 뉴스를 만들지만 그럼에도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었던 건 뉴스를 만든다는 책임감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시사보도 프로그램 작가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참고할 만한 내용이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