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는 고전 '생각하는 힘' 시리즈 출간, 진형준 교수 "축역은 좋은 의미의 의역"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7-09-07 15:57 수정일 2017-09-07 18:09 발행일 2017-09-0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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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출판사 '생각하는 힘' 첫 번째 시리즈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출간
진형준 "명작에도 불필요한 내용 많아, 작품의 맛을 줄이는 부분 과감히 덜어내"
문학 관계자들도 완역본을 읽기 힘든 현실 공감, 축역본 시리즈는 좋은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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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을 쓴 진형준 교수. (사진 제공=살림출판사)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진형준 홍익대학 교수가 현시대에 맞지 않는 고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엮은 축역본(Remaster) 시리즈다.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책 출판 간담회에서 진 교수는 “축역에 대해 안 좋은 오해를 가진 사람이 있지만 나는 당당히 줄였다고 말한다.

전제조건은 원작의 정신을 놓치지 않고 요즘 사람 입맛에 맞게 바꾸는 것이다. 나는 축역이 좋은 의미의 의역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었다.

이어 “세계 명작이라고 꼽히는 작품 중에는 원고료를 생각해 불필요하게 길게 쓴 것이 많다. 소설 내용과 상관없는 인생과 삶에 대한 훈계를 늘어놓는 경우도 있다. 솔직히 그건 작품의 맛을 줄이는 부분”이라며 “그래서 과감히 뺐다. 그리고 지금 독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한에서는 과감히 글을 덧붙였다”고 설명했다.

‘생각하는 힘’ 시리즈는 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다. 그 시작은 문학이다.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진 교수는 1권 ‘일리아스’를 시작으로 ‘오디세이아’ ‘열국지’ ‘파우스트’ 등 고대와 현대에 이르는 세계문학 20권을 써냈다. 그 형태는 아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인 축역본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분량으로 큰 글씨와 사진으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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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사진 제공=살림출판사)

책 출간 배경에는 ‘문학작품은 완역본을 읽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살림출판사 심만수 대표는 “‘생각하는 힘’시리즈를 내야겠다고 마음 먹은 지는 오래됐다. 대학 졸업 후 잠시 고등학교 교사를 했는데 그때 아이들은 정답만 외우고 있었다. 지금은 바뀌어 가고 있지만 정답을 중시하는 근본은 그대로”라고 전했다.

이어 “교육의 중심은 생각하고 인간의 길을 가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생각의 힘’을 기획하고 그 첫 번째로 문학 시리즈가 나오게 됐다. 한국은 축역본을 가볍게 보는 풍조가 있다. 책이 누구나 쉽게 고전을 접하고 교양을 쌓을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장에는 문학을 전공하는 교수와 번역가 등이 참석했다. 그들도 고전 완역본을 읽기 힘들다는 현실에 공감했다. 행사 축사로 참석한 채수환 홍익대학 영문과 교수는 “인터넷이 나오면서 사람들이 짧고 가볍게 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런 분위기에 독자가 방대한 양의 고전을 읽는 건 쉽지 않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사람들이 책을 읽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이런 분위기에서 축역본은 고전을 쉽게 접하고 나아가 원본과 작가에 대해 공부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진 교수의 책은 문학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의 특징은 각 작품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흐름은 고대에서 현대로 이어지고 그 안에서 진 교수는 각 작품이 주는 의미를 짚어준다. 책 끝에는 작품과 작가에 대한 기존 문학 평론 대신 진 교수 본인이 집어주는 문제의식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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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살림출판사)

진 교수는 “책을 기획하며 모든 작품에 해설은 달되 기존 문학평론을 버리려고 노력했다. 작품이 가진 시대적 배경이 현재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해설을 썼다. 독자가 책을 읽고 그냥 덮지 말고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게 노력했다”고 말했다.

현재 20권이 소개된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앞으로 몇 년간의 시간을 두고 100권까지 채워진다. 동시에 다른 시리즈도 함께 나아간다. 살림출판사에 따르면 ‘생각하는 힘’ 세계사컬렉션은 올 연말 소개된다. 초기 분량은 10권으로 최종 50권까지 이어진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