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구운 책] 붓장 유필무에게서 듣는 우리 붓 이야기

이병갑 기자
입력일 2017-09-02 15:22 수정일 2017-09-04 09:59 발행일 2017-09-0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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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붓 2만2000원 (사진 제공=학민사)

동양에서 사람이 붓과 인연을 맺은 세월은 얼마일까. 아마 동양 역사의 시작과 맞물릴 정도로 긴 내력을 지녔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간 붓에 관해 다룬 서적도 꽤 출간되지 않았을까. 신간 ‘한국의 붓’의 저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그런 책은 한 권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붓글씨 인구가 얼마이고, 붓으로 한 세상을 호령한 사람이 얼마인데 붓에 관한 책이 없다는 것인가. 저자는 활의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 활에 관한 기록서가 1920년대 말에야 처음 출현했듯이, 붓도 너무 흔한 도구이다 보니 정작 그에 관해 전문적으로 연구할 환경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진단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붓’은 한국의 전통 붓에 관해 정리한 최초의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가 충북 증평에서 40년째 전통 붓을 만들어 온 유필무 붓장의 세계를 정리한 것이다. 유필무는 서울의 전통 붓 매는 법을 배워 지금까지 전통 붓에만 매달려 온 공예 장인이다. 1993년 한중 수교 이후 값싼 중국 붓이 밀려듦에 따라 한국의 전통 붓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전통 붓만을 고집하는 유 붓장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책은 붓의 역사부터 붓 매는 과정 까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됐다. 붓에 관한 자료나 기록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저자가 유필무 의 공방을 직접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는 방식을 취했다. 또 붓에 담긴 철학과 붓의 역사, 붓에 관한 용어까지 정리함으로써 단순한 보고서에 그치지 않고, 전통 문화의 보존 영역에까지 관심을 두었다.

이병갑 기자 ddjlin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