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 디스플레이 이어 전기차 시장서도 韓과 경쟁하나

김지희 기자
입력일 2017-08-28 15:02 수정일 2017-08-28 17:50 발행일 2017-08-2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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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콘은 최근 미국에 LCD패널 공장건립 약속을 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악수를 하고 있는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UPI=연합)

애플의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디스플레이이에 이어 전기차 시장까지 눈독을 들이며 한국 기업의 유력 경쟁상대로 급부상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콘은 올 초부터 전기차 부품 관련 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 현지 투자의 일환으로 전기차 연구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의 비공식 발언을 인용해 폭스콘의 미국 현지 투자 규모가 30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이 가운데 투자가 공식화된 100억 달러를 제외한 일부가 전기차 부문에 활용될 전망이다.

폭스콘이 직접 완성차 생산업체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기차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관련 부품 개발 및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궈 회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등 전기차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숨기지 않았다. 이를 위해 중국 텐센트와 합작해 신생 전기차업체 ‘퓨처 모빌리티’를 설립한 바 있으며, 올해 3월에는 중국 최대 배터리 생산업체인 CATL에 10억 위안(약 17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지분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LG화학,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게 폭스콘의 등장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폭스콘이 CATL 지분 확보와 같이 관련 업체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경우 한중 간 경쟁 심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앞선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중국 측이 그 격차를 해소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폭스콘의 존재감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이미 충분히 드러나고 있다. 폭스콘은 지난해 일본 LCD 패널업체인 샤프를 인수하고 일부 TV제조사들에게 패널 공급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폭스콘의 선언을 기점으로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TV용 LCD패널 수급난이 발생했으며 해당 패널 가격도 상승했다.

또 최근에는 미국 위스콘신주에 100억달러를 투자해 부지 면적 180만㎡에 달하는 미국 내 최대 규모의 LCD 제조단지 건설 계획을 공식화했다. 미국 공장 외에 중국과 대만에서도 대규모 LCD공장을 갖추며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콘의 자신감은 막대한 자금력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기술력을 얼마나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는가가 한중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궈타이밍 회장은 오는 1일부터 열리는 세계 3대 가전전시회 중 하나인 IFA의 기조연설자로 선정되며 글로벌 전자업계에서 폭스콘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만 궈 회장은 개막을 보름 앞둔 이달 중순 “글로벌 투자프로젝트에 집중한다”는 이유를 들며 기조연설을 내년으로 미뤘다.

김지희 기자 je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