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메모리, 美 WD에 매각가능성 ↑…"이달 내 계약 체결"

김지희 기자
입력일 2017-08-27 15:06 수정일 2017-08-27 15:06 발행일 2017-08-2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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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도시바 본사 전경. (연합)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서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주도하는 ‘미일 연합’이 승기를 잡을 전망이다. 당초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며 인수가 유력시되던 SK하이닉스, 베인캐피털 등이 속한 한미일 연합은 최종 계약만을 남겨두고 결국 WD에 발목이 잡힌 모습이다.

2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시바는 WD가 주도하는 새로운 미일 연합에게 반도체 부문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 양사는 도시바메모리의 사업에 대한 WD의 의결권을 3분의 1 미만으로 제한하는 것을 조건으로 이달 중 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미일 연합에는 WD를 비롯해 일본 관민펀드 산업혁신기구(INCJ)와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참가했다. 앞서 한미일 연합에 속했던 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은 진영을 바꿔 인수에 계속 참여한다. 이들 진영이 제시한 인수가는 2조엔(한화 20조54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WD는 먼저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회사채에 1500억엔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추후에 주식으로 전환하면 의결권 기준 약 16%를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도시바 역시 1000억~2000억엔을 투입하는 등 의결권의 절반 이상을 일본 측이 확보할 것이라고 아사히신문은 예상했다.

이밖에도 WD는 인수 이후 도시바메모리에 임원을 파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도시바와 WD의 매각 논의가 세부적인 사항까지 진행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번 인수전의 8부 능선을 넘었다고 평가받던 한미일 연합의 인수는 사실상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도시바 인수를 통해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했던 SK하이닉스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다만 도시바와 WD 사이에 최종 매각이 이뤄지기까지는 각국 정부의 독점금지법 심사가 여전히 복병으로 남아있다. WD는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도시바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과의 우선협상자 선정을 갑작스럽게 파기하고 WD와 매각 절차를 추진하는 만큼 한국이 심사에서 제동을 걸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WD는 도시바와 일본 욧카이치 공장을 공동 운영하는 협력사로, 그간 도시바가 제3자와 반도체 부문 매각 논의를 진행하는 데 강력 반발해왔다.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유력 후보로 급부상한 이후에는 국제중재재판소와 미국 법원에 잇따라 매각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김지희 기자 je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