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C랩'서 사내외 벤처 키운다…시각보조 앱 '릴루미노'로 사회 공헌도

김지희 기자
입력일 2017-08-20 13:33 수정일 2017-08-20 15:19 발행일 2017-08-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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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 상무가 18일 삼성전자 브리핑룸에서 창의적인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C랩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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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릴루미노’ 팀원들이 ‘릴루미노’를 시연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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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루미노 부분시야모드 적용시 효과를 보여주는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실패율 90%에 도전한다.”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 이재일 상무는 18일 서울 중구의 삼성전자 브리핑룸에서 ‘씨랩(Creative Lab)’과 ‘릴루미노 앱’을 소개하는 자리를 열고 “안일하거나 평범한 과제로 성공률을 높이기 보다는 어려운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씨랩은 삼성전자가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확산하고 임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2012년부터 도입한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과제까지 총 180개 과제를 수행해왔으며, 참여 임직원의 규모는 약 750명에 달한다. 이 상무는 “과정 상의 실패는 용인하면서도 성과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보상을 한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씨랩 과제 진행 중에는 모든 평가에서 열외가 되도록 하고, 과제 완료 후에는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등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과기반 보상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스핀오프’ 제도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선정해 사외 스타트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사내 사업부에서 의사가 있으면 과제를 우선적으로 이관하되 해당 팀원들의 의지가 강할 경우 스핀오프를 추천하는 식이다. 이렇게 설립된 스타트업에는 최대 10억원을 투자해 적게는 17%에서 많게는 24%의 지분을 획득하기도 한다. 올해 2분기 기준 총 25개 과제가 스타트업으로 독립해 에임트, 쿨잼컴퍼니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하반기까지 15개 스핀오프가 추가될 예정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라면 분야는 상관없다.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VR 등 IT 분야 외에 사회공헌 과제도 선정해 지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날 공개된 ‘릴루미노’ 애플리케이션이다.

릴루미노는 저시력 장애인들이 사물을 보다 뚜렷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시각 보조 앱으로, 기어 VR과의 호환을 통해 사용할 수 있다. 해당 명칭은 ‘빛을 되돌려준다’는 의미의 라틴어에서 유래됐다. 릴루미노 팀 조정훈 크리에이티브 리더(CL)는 “TV시청에 대한 니즈가 있고 전체 시각장애인의 86%는 잔존 시력이 남아있는 경우라면 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대다수 시각장애인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에 더해 시각보조기구는 저렴해야 한다는 두 가지 전제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시력이 0으로 빛 지각이 불가능한 전맹을 제외한 1급에서 6급의 시각장애인들은 기어 VR을 착용하고 릴루미노를 실행하면 기존에 왜곡되고 뿌옇게 보이던 사물을 보다 명확하게 볼 수 있다. 릴루미노가 기어 VR에 장착된 스마트폰의 후면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영상을 변환해 시각장애인이 인식하기 쉬운 형태로 바꿔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7개월 동안 진행된 임상시험 결과, 릴루미노 사용 전 최대교정시력이 0.1 수준에서 0.8~0.9로 개선된 것이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사물 윤곽선 강조 △색 밝기·대비 조정 △색 반전 △화면색상필터 기능을 통해 백내장, 각막혼탁 등으로 인해 시야가 뿌옇거나 굴절장애와 고도근시를 겪는 시각장애인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섬 모양으로 일부 시야가 결손된 ‘암점’과 시야가 줄어든 ‘터널시야’를 가진 시각장애인을 위해 이미지 재배치 기능도 제공한다. 암점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은 주변 시야에 배치하고, 중심부만 보이는 터널시야는 보이지 않는 주변 시야를 중심부에 축소 배치하는 식이다.

이밖에도 1000만원이 넘는 기존의 시각보조기기 대비 훨씬 낮은 비용으로 유사한 성능을 보일 뿐 아니라 휴대성이 뛰어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번 과제는 1년 더 후속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씨랩 과제가 원칙적으로 1년 후 종료되는 것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경우다. 조 CL은 “현장 테스트 과정에서 저시력 장애인의 야외활동을 위한 안경 형태 보조기기에 대한 수요가 존재했다”며 “VR에서 더 발전된 안경 형태의 제품을 개발해 시각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규과제와 동시에 기어 VR용 릴루미노도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아 불편사항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이 상무 역시 “릴루미노는 전세계 2억4000만명 시각장애인들의 삶을 바꿔줄 ‘착한 기술’”이라며 “후속 과제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 고 말했다.

한편 릴루미노 설치와 사용법은 릴루미노 홈페이지에 소개돼 있으며, 20일부터 오큘러스 스토어에서 기어 VR과 호환되는 갤럭시 S7 이후 스마트폰에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김지희 기자 je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