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반도체 매각협상 다시 원점?…"WD·폭스콘과도 협상중"

한영훈 기자
입력일 2017-08-13 16:07 수정일 2017-08-13 17:43 발행일 2017-08-1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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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도시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위치한 도시바 본사 전경. (연합)

종착역에 다다른 줄 알았던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이 또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초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한·미·일 3국 연합으로의 매각이 유력시됐지만, 도시바는 최근 미국 웨스턴디지털(WD), 대만 폭스콘(홍하이 정밀공업) 등과도 접촉하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저울질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외신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지난 10일 한·미·일 3국 연합 외에 WD, 폭스콘과도 교섭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간 도시바와 이들 업체 간의 물밑접촉을 추측하는 보도는 여러 차례 흘러나왔지만, 도시바 사장이 이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이에 따라 도시바 협상을 두고 한미일 연합의 ‘우선권’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새어나오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도시바와 WD·폭스콘 간 협상설이 흘러나온 지 이미 한 달 남짓한 시간이 지난 만큼, 이들 관계도 별다른 진척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더욱이 WD와는 이번 매각을 추진 과정에서 수차례 대립각을 세우며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만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크다. 중화권 업체인 폭스콘은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높다.

앞서 도시바는 지난 6월 21일 일본 정부계 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미국 펀드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SK하이닉스 등으로 구성된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순조로운 협상이 예상됐으나, SK하이닉스의 ‘의결권 취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당시 SK하이닉스는 자금을 융자와 전환사채(CB)로 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환사채란 발행할 땐 회사채이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바뀌는 금융상품으로, 시간이 지나면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주주가 된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지분을 확보한 뒤 경영에 관여하고 이후 기술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쓰나카와 사장의 발언에 대해 별다른 의견을 밝히지 않고, 일단 우선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업계에서는 도시바가 내년 3월까지 매각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8~9월 내로 계약이 체결돼야 하는 만큼 조만간 결정이 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영훈 기자 han00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