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저임금 인상, 자영업자는 두번 운다

박효주 기자
입력일 2017-07-24 15:55 수정일 2017-07-24 15:57 발행일 2017-07-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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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주
박효주 생활경제부 기자

“꾸역꾸역 7년을 이어왔는데…. 이제 장사 그만할까.”

카페를 운영하는 지인 A의 첫 마디였다. 이른바 ‘흙수저’ 출신으로 푸드트럭부터 시작한 A는 몇 년 전부터 그 지역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은퇴 없는 삶’이라며 내심 부러워 했던 터라 A의 하소연은 뜻밖이었다.

A의 사연은 이렇다. 어렵고 힘들었던 사업 초기를 견디고 카페의 매출이 어느 정도 오르자 건물주의 눈치가 시작됐다. 계약서의 조항은 그저 ‘글자’일 뿐이었다. 결국 A는 가게를 옮겨야 했다.

운이 좋았는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한 두 번째 매장도 자리를 잡았다. 이른바 ‘맛집’으로 알려지며 단골 손님도 꽤 확보했다. 그러나 이후 2년도 채 안돼 주변에 유사한 컨셉트의 카페가 세 곳이나 생겼다.

A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디저트 메뉴를 추가하고 아르바이트생도 한 명 더 고용했다. 그런데 내년 최저임금이 사상 최대폭으로 올랐다. A에게는 직격탄이었다. 오른 인건비만큼 가격을 올릴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가게와 경쟁이 치열한데 가격 인상은 어려운 일이다.

사실 A의 하소연은 특별한 얘깃거리가 아니다. 자영업자의 5년 내 폐업률은 93%에 달한다. 10명 중 9명 이상이 A가 겪은 유사한 문제로 문을 닫는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부담을 완화해 주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4대 보험에 가입한 사업자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2014년 기준 자영업자 고용보험 가입률은 0.4%에 불과하다. 나머지 99.6% 자영업자는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에게 또 하나의 시련이란 점은 부인할 수 없었다.

박효주 생활경제부 기자 hj0308@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