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영원한 라이벌' 애플에 OLED·반도체 공급…협력 관계 높아지나

김지희 기자
입력일 2017-07-19 15:45 수정일 2017-07-19 15:51 발행일 2017-07-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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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업계의 영원한 라이벌 삼성과 애플의 협력 수위가 높아질 조짐이다. 애플의 매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아이폰 제품에 삼성의 OLED 패널을 비롯해 반도체의 탑재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19일 폰아레나 등 외신에 따르면 내년부터 삼성전자가 애플에 차세대 모바일 AP칩을 공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가을 출시 예정인 애플의 주력 스마트폰 ‘아이폰 8’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독점 공급하기로 했으며, 최근에는 애플이 아이폰 신제품에 탑재될 3D 낸드플래시의 추가 공급까지 삼성전자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양사의 협력 관계가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외신들은 AP칩 공급 가능성에 대한 근거로 지난달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애플 본사를 방문한 이후 삼성전자가 차세대 7나노 공정에 활용하겠다고 예고한 EUV(극자외선 리소그래피) 장비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지난 5월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파운드리 부문을 분리독립시킨 삼성전자는 그 직후 미국 파운드리 포럼을 통해 2018년까지 EUV장비를 첫 적용한 7나노 공정개발을 완료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로드맵을 공개한 바 있다. 올 연말 8나노 칩 양산을 목표로 공정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7나노 공정을 위한 EUV 설비 구축에 나섰다는 점은 예상보다 빠른 행보라는 분석이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삼성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삼성전자를 대체할 만한 업체가 많지 않은 탓이다. 애플은 1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이번 아이폰을 통해 과거의 아성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산 규모나 기술력 측면에서 앞선 삼성전자를 외면할 수만은 없다는 판단이 주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현재 전체 매출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아이폰의 비중을 낮추고 ‘증강현실(AR) 글래스’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갖고 있으나 당장은 아이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중소형 디스플레이와 메모리반도체 부문은 삼성이 강세를 보이는 분야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에서 9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간 LCD 패널을 고수해왔던 애플이 올해 신제품부터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 외에 애플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업체는 사실상 전무하다. 올 하반기까지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에 공급할 OLED 패널은 약 7000만장 이상 규모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애플은 최근 3D 낸드 수급난에 대비하기 위해 삼성전자에 추가 공급을 요청했다. 애플은 당초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도시바 등에서 해당 제품 수요를 채워왔으나 타 업체들로부터의 공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이다. 부족분은 아이폰8에 탑재될 3D 낸드의 30%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에 대한 애플의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삼성에도 매출 증대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특히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여전히 선도 업체인 만큼 이러한 추세는 삼성과 애플 모두에 윈-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희 기자 je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