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도시바 인수전 점점 '미궁 속으로'

김지희 기자
입력일 2017-07-16 13:18 수정일 2017-07-16 15:12 발행일 2017-07-1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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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 위치한 도시바 본사 전경 (연합)

도시바메모리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인 한미일 컨소시엄에 속한 SK하이닉스가 의결권 취득을 포기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다만 이 같은 보도내용은 앞서 도시바메모리 지분 인수 의지를 재확인한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의 입장과 상충되는 것으로 사실관계가 주목된다.

16일 일본 지지통신은 SK하이닉스가 의결권 취득을 포기하고 한미일 연합에 자금을 융자하는 방식으로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관계자에 전달했다고 보도하며, “한미일 연합 내 최대 장애요소가 해소되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 12일 “지분을 인수하는 쪽으로 계속 논의 중”이라고 설명한 박 부회장의 입장과 상반된 내용이다. 박 부회장이 바로 며칠 전 지분 인수 포기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만큼 SK하이닉스가 입장을 급선회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번 인수전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의결권 확보가 욕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도시바는 지난달 21일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INCJ)와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SK하이닉스 등이 참가하는 한미일 연합을 반도체 부문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 탄력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던 도시바메모리 매각 절차는 SK하이닉스가 지분을 요구하고 도시바의 협력사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매각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여기에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 외에 대만 훙하이그룹 등 다른 인수후보자들과 재협상에 나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수전이 더욱 미궁 속으로 빠지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한미일 연합의 틀은 유지한 채 SK하이닉스를 WD로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WD가 도시바를 상대로 매각 중단을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의 심리를 진행했다. 이르면 이날 판결이 내려질 것이란 전망이 유력했으나, 법원은 결정을 유보하고 오는 28일 재심문을 열기로 했다. 미국 법원은 첫 심리에서 “매각 절차 완료 최소 2주 전 도시바가 WD에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의 중재안을 양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도시바와 WD가 중재안을 수용해 소송이 마무리되더라도 향후 통보를 받은 WD가 또 다시 대항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WD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희 기자 je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