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車보험료 인하만이 능사인가

정다혜 기자
입력일 2017-07-12 15:46 수정일 2017-07-12 15:47 발행일 2017-07-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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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보험료 인하인가
금융증권부 정다혜 기자

자동차보험 시장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시장 포화로 인해 가격 경쟁을 벌이던 손해보험사들은 새 정부와 정치권의 보험료 인하 압박에 울상이다. 보험료 인하 여력이 없어서다.

지난해 말에 이어 올해 1분기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5년 만에 처음으로 78%까지 떨어지면서 큰 폭으로 개선됐다. 이를 근거로 새 정부는 보험료 인하에 대한 압박을 높여오고 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손해율은 최소 1년 동안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한두 분기 손해율이 개선됐다고 해서 보험료 인하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분기에는 계절적 요인과 사고율이 낮아 손해율이 개선된 모습을 보였으나 당장 여름 휴가철과 사고 급증 통계 등을 고려했을 때 손해율 안정세가 지속될지, 손해율 인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해만 보더라도 손보사들은 지난 5년간 누적된 적자규모를 감당할 수 없어 자동차보험료를 앞다퉈 인상했다. 최근 손해율이 개선됐다고 해서 5년간의 누적된 적자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장포화 상태에 달한 자동차보험 시장은 이미 가격경쟁으로 인한 출혈이 크다. 시장은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고 아직 손해율 개선이 안정세에 접어들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보험료 인하 압박이 지속된다면 더는 보험료 인하 여력이 없는 중소형사의 경우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도 높다.

그렇게 되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된다. 소비자를 위한 정책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시장이 안정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뾰족한 대안 없이 규제에 나서는 정부의 모습에 아쉬움이 든다. 시장 통제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안도 함께 제시할 수 있길 바란다.

정다혜 금융증권부 기자  appl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