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구를 위하여 리포트 쓰나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17-07-09 14:41 수정일 2017-07-09 14:42 발행일 2017-07-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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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리포트 증권사에 탐방 거절 여전…금감원 갈등조정위 제 역할 못해
투자의견 객관성 높이려면 상장사·증권사 유착 관계 끊어져야
유혜진기자수첩
유혜진 증권부 기자

“앞으로 우리 회사 오지 마십시오. 우리 주식을 매도하라는 보고서(report)를 쓰거나 목표주가를 낮추는 증권사에는 탐방 기회를 주지 않겠습니다.”

국내 1위로 평가 받는 한 여행사는 보고서가 잘못됐다며 지난해 어느 증권사에 이같이 통보했다. 이 증권사가 자사의 면세점 사업 실적이 회복하려면 멀었다며 목표주가를 20만원에서 11만원으로 내렸기 때문이다. 이 여행사 기업설명회(IR) 담당자는 해당 연구원의 기업 탐방을 막겠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이후 금융감독원은 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금융투자협회와 갈등조정위원회를 꾸렸다. 상장사와 증권사 간 합리적으로 소통해 이런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여전하다. 안 좋은 얘기를 기업 분석 보고서에 쓴 증권사 연구원은 탐방 기회를 뺏긴다. 그때문에 사정이 나쁜 기업에 대해서는 아예 보고서를 내지 않는다고들 한다. 금감원 갈등조정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는 셈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증권사별 보고서 투자등급 비율을 공시하고 있지만 이 또한 별 영향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매도 투자의견 비율은 해마다 줄었다. 9월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나 기대감은 크지 않다.

투자의견 객관성을 높이려면 상장사와 증권사의 유착 관계가 끊어져야 한다. 특히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상장사 눈치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

기업 분석 보고서 한 귀퉁이에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 없이 작성됐다’고 나온다. 기업 분석 보고서는 상장사가 아니라 투자자를 위해 쓰여야 한다. 앞으로 투자자들이 이를 믿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유혜진 증권부 기자 langchemi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