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앞둔 '박열'·'군함도' 서점가 점령...관련 서적 출간 봇물

손은민 기자
입력일 2017-06-20 15:38 수정일 2017-06-20 15:38 발행일 2017-06-2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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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열’, ‘군함도’ 포스터 (연합)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박열’과 ‘군함도’의 개봉을 앞두고, 독립운동가와 강제징용을 소재로 삼은 소설과 역사책들이 서점가에 쏟아지고 있다.

먼저 손승휘의 소설 ‘아나키스트 박열’(책이있는마을)은 이준익 감독이 재조명하는 독립운동가 박열(1902∼1974)과 부인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의 반(反)천황제 투쟁을 그렸다.

박열은 1919년 3.1운동 당시 고등학생의 신분임에도 일제의 폭압에 강한 분노를 느끼고 일본 제국주의의 심장부인 도쿄로 건너가 적극적으로 투쟁했던 청년이다. 이후 1923년 일왕 폭살을 모의한 혐의로 체포돼 사형을 선고받았으며, 해방 이후까지 22년 넘게 옥살이를 했다.

당시 박열은 ‘대역사건’으로 일본 정부에 붙잡히고도 일본 사법부에 ‘공판정에서는 일절 죄인 대우를 하지 않아야 하며 피고라고 부르지도 말 것’, ‘조선 예복 착용을 허락할 것’, ‘공판 전에 선언문 낭독을 허락할 것’ ‘조선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통역을 준비할 것’ 등의 조건을 당당하게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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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손승휘의 소설은 박열의 이런 법정투쟁을 비롯해 가네코와의 만남과 옥중결혼 등을 세 가지 시선으로 그의 삶을 바라본다.

소설가 김별아는 2009년 발표한 소설 ‘열애’의 원고를 다듬어 개정판을 냈다. ‘열애’는 항일운동과 함께 박열과 가네코의 뜨거운 사랑에도 비중을 실은 작품이다.

박열에 대한 전기 형식의 역사서도 잇따라 출시됐다.

작가 안재성은 이달 초 ‘박열, 불온한 조선인 혁명가’(인문서원)를 냈다. 안재성은 아나키즘이니 박애주의니 하는 이념보다도, 박열이 추구한 ‘인간의 자유와 평등’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무게를 뒀다.

박열 부부를 변론한 후세 다쓰지와 소설가 나카니시 이노스케가 쓴 ‘운명의 승리자 박열’(현인)도 번역돼 이번주 출간을 앞두고 있다. 작가 나카니시는 법정에서 박열의 태도와 옥중투쟁 과정, 대역사건의 진상은 물론 박열의 사상적 배경과 가네코의 천황관까지 책에 자세히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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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류승완 감독이 영화로 만든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시절 살인적인 작업환경으로 악명이 높은 하시마(端島) 탄광에 강제징용된 조선인들이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이야기다.

장성자 작가의 ‘군함도’(바우솔)와 김영숙 작가의 ‘지옥의 섬 군함도’(풀빛)는 모두 군함도를 경험하는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책이다. ‘군함도’는 하시마에 역사수업을 받으러 간 주인공이 일제강점기로 시간여행을 하는 판타지를 통해 참혹한 역사를 직접 체험하는 이야기를 그렸으며, ‘지옥의 섬 군함도’는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와 함께 탄광에 끌려간 주인공의 일기 형식으로 참상을 되살린다.

작가 한수산도 앞서 하시마 강제징용과 피폭문제를 고발한 대하소설 ‘까마귀’의 원고를 대폭 수정해 ‘군함도’(창비)를 새롭게 펴냈다. 3500페이지 분량의 이 소설은 원자폭탄이 떨어진 나가사키에서 죽는 순간까지 차별받는 식민지 조선의 설움이 이야기의 큰 뼈대를 이루지만, 강제 징용 노동자들의 하시마 탈출도 담겼다.

손은민 기자 mins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