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종이·연필·지우개… 알고 쓰면 더 재미있다, '문구의 과학'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7-06-09 07:00 수정일 2017-06-09 07:35 발행일 2017-06-0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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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쓰면 내 몸이 글을 밀고 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은 나에게 소중하다. 나는 이 느낌이 없으면 한줄도 쓰지 못한다”

‘칼의 노래’, ‘남한산성’으로 유명한 소설가 김훈의 연필 고집은 유명하다. 그는 디지털기기가 대중화된 지금도 연필로 원고를 쓴다. ‘공포의 외인구단’ 이현세도 유명한 연필 애호가다. 태블릿으로 마무리 작업을 할지언정 밑그림을 그리는 도구는 여전히 연필이다. 소설가 박완서의 손은 만년필이다. 그는 시인 이영도가 선물한 만년필로 그 많은 소설의 원고를 썼다.

컴퓨터 워드프로세서가 등장하고 스마트폰으로 삶을 살아가는 시대가 됐지만 문구 용품은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부는 손때 묻은 연필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찾고 만년필로 글을 쓰며 마음의 여유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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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 깎은 연필.(사진=허미선 기자)
이는 사람들이 손에 익숙한 문구를 다시 찾는 이유다. 사실 문구는 우리의 일상을 함께한다. 학생, 직장인 구분없이 그들이 사용하는 책상 위에는 연필, 볼펜, 지우개 등 각종 문구가 놓여있다.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이들에겐 사실 꽤 깊이 있는 과학이 숨어있다.

연필의 흑심은 식물섬유가 겹겹이 포개진 종이 위에 쓰여질 때 흑연이 녹아난다. 흑심을 이루는 흑연의 탄소층은 헐겁게 결합된 구조다. 그래서 필압이 작용하면 겉 탄소층이 벗겨지고 검은 가루가 돼 종이에 묻는다. 대부분 연필이 육각형인 이유는 손에 쥐기 쉽고 잘 굴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연필이지만 색연필은 둥글다. 그 이유는 어느 면에서도 동일한 두께로 색연필의 연한 심을 지키기 위해서다.

볼펜으로 쓴 것은 지울 수 없다는 것이 문구계의 불문율이다. 볼펜의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던 단점은 최근 극복됐다. 바로 지워지는 볼펜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여기엔 마찰열의 원리가 숨어있다. 특수 제작된 잉크는 일정 온도 이상의 열을 받으면 무색으로 돌아간다.

문구의과학 표지
‘문구의 과학’ (사진 제공=유유 출판사)

책은 이러한 문구의 과학 이야기를 글과 그림을 통해 설명한다. 다루는 분야는 수학, 물리학, 화학 등으로 저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문구의 작동 원리를 알려주며 독자에게 재미있게 기초 과학을 전달한다. 사례가 평범하고 익숙한 것이어서 책이 전달하는 지식은 쉽게 머리 속에 흡수된다. 

다루는 문구는 연필을 시작으로 볼펜, 샤프펜슬, 수정테이프, 커터 칼 등으로 확대된다. 최근에 나온 문구 제품은 품고있는 작동 원리가 좀 더 정교하다.

연필이 나오고 샤프펜슬이 개발됐으며 샤프펜슬도 점점 진화한다. 흔들면 심이 나오는 것이 있고 글을 쓸 때마다 샤프심이 자동으로 회전하면서 일정한 굵기와 농도가 유지되는 제품도 있다. 저자는 이들을 분해하며 독자에게 재미와 지식을 전달한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각 장은 용도별로 구분됐다. 1장은 연필부터 만년필, 형광펜이 있는 ‘쓰기의 기술’, 2장은 지우개와 수정테이프가 있는 ‘지우고 붙이는 기술’이다. 그 뒤를 가위, 연필깎이 등의 이야기를 담은 ‘자르고 묶는 기술’이다. 나머지 4장과 5장은 각각 ‘측정과 보관의 기술’, ‘종이의 기술’로 꾸렸다.

사실 이러한 작동 원리를 몰라도 문구를 사용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문구에 다양한 과학 원리가 담겨있다는 걸 알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알면 알수록 문구를 사용하는 즐거움도 커진다.

저자는 도쿄교육대학교(현 쓰쿠바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지바현립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와쿠이 요시유키와 도쿄대학교 이학계연구과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후지쓰에 입사했던 와쿠이 사다미다. 둘은 형제로 ‘과학 잡학사전’ ‘그림으로 설명하는 개념 쏙쏙’을 공저했다. 1만 5000원.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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