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액자 속 사진에서… 먼지 쌓인 발명품 속에서… 역사를 보는 다양한 방식, ‘사진으로 들어간 사람들’과 ‘30가지 발명품으로 읽는 세계사’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7-06-02 07:00 수정일 2017-06-02 07:36 발행일 2017-06-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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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들어간 사람들’과 ‘30가지 발명품으로 읽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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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역사를 잘 몰라서….”

극단 고래의 연극 ‘불량청년’(6월 11일까지 30스튜디오, 6월 17~25일 나루아트센터 대극장)의 주인공 김상복(이명행·이대희)이 물대포를 맞고 1921년의 김상옥(유성진·이명신)을 비롯한 의열단을 만나 머리를 긁적이며 한 말은 이랬다. 

대학입시, 스펙 쌓기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도 몇 년째 취업준비를 하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느라 역사에 소홀한 것은 비단 김상복만의 문제는 아니다. 상복이 살기 힘들다 한탄을 하는 2017년 대한민국에 일제강점기를 벗어나려는 조선청년들의 모임 의열단은 “그래도 독립된 나라가 있다는 것”이라며 기꺼이 목숨을 걸고 나라지키기에 나선다. 

지난해를 떠들썩하게 했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해 위안부 문제, 친일파 척결 등 해결되지 않은 해묵은 역사는 돌고 돌아 현재의 비극을 만들곤 한다. 그래서 역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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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들아간 사람들’(사진제공=예문당)

이에 출판계도 역사를 좀더 쉽게 이해하고 돌아볼 수 있는 신간 기획에 골몰하고 있다. 

신간 ‘사진으로 들아간 사람들’과 ‘30가지 발명품으로 읽는 세계사’가 그 예다. 두 작품 모두 직관적인 제목 덕분에 기획의도도 분명하게 보인다. 

‘사진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그림으로 들어간 사람들’ ‘그림에 차려진 식탁들’ ‘특목고 엄마들’의 이여신과 클래식 분야의 인기 팟캐스트 운영자이자 단행본 ‘클래식 거장과의 대화’의 저자 박종한이 엮은 신간이다. 

제목 그대로 역사적 사건을 담은 사진과 그 속에 존재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놀라운 세상을 만난 인류’ ‘인류, 위기에 맞서다’ ‘값진 삶을 위한 여정’ ‘우라나라 근현대의 풍경’ ‘세상을 풍요롭게 만든 인물들’ 5개장에는 개인의 역사, 한 나라의 역사 그리고 인류의 역사가 담겼다.

1851년 최초의 만국박람회, 철도시대와 기관차, 자동차와 비행기, 달 탐사 등을 비롯해 1차 세계대전을 발발한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저격 사건,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런던 스모그와 미나마타병, 아프리카 기근, 베를린 장벽 붕괴, 걸프전 등이 망라됐다.

역사적 사건과 더불어 문화·예술·스포츠 이야기, 헤밍웨이와 피카소, 마릴린 먼로와 아인슈타이,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 넬슨 만델라와 달라이 라마 등의 사람들 관계 속에서 찾은 역사현상과 흐름도 다루고 있다.

네 번째 장 ‘우리나라 근현대의 풍경’에는 조선의 문을 닫아 걸었던 흥선대원군, 개화기와 경성 모던 보이·걸, 4.19 혁명 등 대한민국 역사의 일부분도 만날 수 있다. 한국은 물론 세계의 역사 전체를 관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사진과 곁들여 스토리텔링한 역사 이야기는 이해하기 쉽고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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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가지 발명품으로 읽는 세계사’(사진제공=시그마북스)

‘30가지 발명품으로 읽는 세계사’는 물건의 역사에서 6000년에 달하는 인류의 역사를 엿보는 책이다. 

굴림대와 물레 원리에서 탄생한 바퀴, 자신의 소유물을 표시하기 위해 탄생한 문자, 무분별한 도로 축조로 쇠퇴한 로마제국 등 단순한 발명품 이야기 등으로 그 발명이 인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조명한다.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깃든 역사를 짚어낸 저자는 ‘신화대전’ ‘커피 한잔으로 배우는 경제학’ ‘한눈에 꿰뚫는 전쟁사도감’ 등을 집필한 조 지무쇼다. 

그는 자연발생적이라 믿었던 것들로 인해 제1차 산업혁명부터 현재 숱하게 회자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까지가 필연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두 책 모두 시대별 혹은 사건별로 역사를 체계적으로 관통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것들의 역사를 통해, 사진 한장으로 보다 쉽게 역사에 다가감으로써 독자는 물론 그들의 일상을 둘러싼 모든 사물들이 역사의 일부분임을 일깨운다. 그렇게 누구나, 어떤 사물이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 개인의 역사가 모여 사회의 역사가 되고 국가의 역사가 되며 세계사가 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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