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소설로 돌아온 이외수 "블랙리스트 극복하고 상식있는 나라 되길"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7-05-30 17:48 수정일 2017-05-30 18:22 발행일 2017-05-3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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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의 장편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출간
소설은 고양이 학대, 뇌물 수수, 4대강 등 사회 이슈를 다뤄
카카오페이지 연재 후 정식 오프라인 출간
이외수, 장편소설 출간기념 간담회<YONHAP NO-1883>
소설가 이외수가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소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

12년 만에 장편 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를 출간한 이외수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외수는 3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외수는 “오늘날 대한민국 예술이나 문화가 열등감에 빠져있다. 그 예가 블랙리스트”라고 말문을 열였다.

이어 “이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많은 문화인이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나는 블랙리스트는 아니지만 사찰 대상이었다”며 “경제력이 막강해도 문화예술이 낙후되어 있으면 만년 후진국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 국격이 자연스레 낮게 평가될 것이다. 소설을 통해 원칙이 다시 살아나고 도덕성이 회복되고 상식이 되찾아지는 그런 나라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는 식물과 교감할 수 있는 서른 살 청년이 식물들의 제보와 도움을 빌려 사회악을 밝혀내고 정의를 구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책에는 고양이의 이마에 대못을 박는 동물 학대, 뇌물 수수, 공금 횡령, 직권 남용을 서슴지 않은 국회의원 등이 사회 문제로 언급되는 내용이 중요 소재로 등장한다. 여기엔 녹조라테로 최근 국민의 관심사가 된 4대강 사업도 있다.

이 작가는 “나는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에 대해 불만이 많은 사람이다. 그때부터 내가 사찰자 명단에 올라간 게 아닌가 싶다. 현실적으로 내가 듣고, 경험하는 것도 그렇다. 활동이 축소되고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과거 문재인, 안철수, 박근혜가 대선 후보 시절 내가 사는 곳에 찾아온 적이 있다. 그때 그들에게 똑같이 문화예술에 대한 깊은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고 그와 정반대되는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졌다. 새 정부는 그런 일없이 문화와 국민을 사랑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소설가 이외수. (연합)

이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에 대해서 “모든 건 상징화된 것이다. 소설을 쓰며 누군가를 생각하며 글을 쓰진 않았다. 만약 글에서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그건 독자의 몫이다. 나는 모델을 정하고 소설을 쓴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책은 3월부터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연재됐다. 카카오페이지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가 운영하는 플랫폼으로 웹툰, 소설 등이 소개돼 독자와 만난다. 이 작가와 온라인은 만남은 낯설지 않다. 작가는 평소 SNS를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해왔다. 카카오페이지는 그 연장선으로 작가는 오늘날 책을 많이 읽지 않는 독자와 만나기 위해 새로운 무대에서 소설을 연재했다.

이에 대해 이외수 작가는 “사실 독자가 책을 너무 안 읽는 시대가 왔다. 나는 서점만이 시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독자층을 확보하기 위해 처음 웹에 연재하게 됐다”고 작업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처음엔 카카오페이지란 곳이 적응이 잘 안 됐다. 소설 아래로 댓글이 달리지만 그때마다 내가 답변을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웹에 올라온 내 글을 모바일 화면으로 보니 잘 읽을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외수 작가는 ‘조화’란 단어를 언급하며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가는 “조화로운 작가가 되고 싶다. 만물 조화가 중요하지만 그만큼 내가 세상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신념을 바꾸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그것이 편견과 아집이라면 빨리 버리는 것이 옳다. 카카오페이지란 새로운 플랫폼에 대해선 많이 연습해 나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