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농가 항체 형성률 20% 불과…냉장보관 미비·착유량 걱정

신태현 기자
입력일 2017-02-06 15:38 수정일 2017-02-06 16:38 발행일 2017-02-0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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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에 구제역 예방접종
구제역 발생이 최종 확정된 충북 보은 젖소 사육농장의 백신 항체 형성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뚜렷하게 저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월 10일 충남 태안군 태안읍 도내리 한우농장에서 한 수의사가 한우에 구제역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
구제역 발생이 최종 확정된 충북 보은 젖소 사육농장의 백신 항체 형성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뚜렷하게 저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5일 최초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온 충북 보은의 195마리 규모 젖소사육 농장은 ‘혈청형 O형’ 타입의 구제역이 발생한 것으로 확진됐다.

0형 타입은 7종류의 구제역 바이러스 중 현재 한국에서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는 유형이다.

문제는 해당 농장의 백신 항체 형성률은 20% 밖에 안된다는 점이다.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고 당국이 추정하게 하는 대목이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이 농가는 작년 10월 15일 마지막으로 백신 접종을 했다는 기록이 있으나 항체 형성률이 20%로 예상치 못할 정도로 매우 저조하다”며 “백신 접종을 했더라도 냉장보관이 이뤄지지 않은 등의 문제가 있었을 확률이 있어 역학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다른 지역에도 유사한 농장이 있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보은 지역부터 긴급 백신 접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백신 접종 뒤 항체가 만들어지까지는 1주일 가량 소요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구제역으로 348만 마리나 살처분된 이래 백신 접종이 의무된 바 있다.

축종별마다 천차만별이나 소의 경우 태어난 지 2개월에 접종한 후 한 번 더 백신을 놔야 한다. 이후 6~7개월마다 접종해야 한다.

주기를 맞추지 않으면 항체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백신 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정황이 포착되면 살처분 보상금 감축 등의 제재 조치가 이뤄진다.

2016년 12월 현재 전국 농가의 백신 항체 형성률은 소 97.5%, 돼지 75.7%로 태반이 해당돼 소의 경우 평균치 대로라면 구제역에 걸리지 않아야 한다.

당국은 보은 농가의 경우 항체 형성률이 평균치에 한참 미달된다는 점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당국은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만큼 확산 위험이 AI만큼 크진 않다고 밝혔으나 과거에 백신 항체 형성률이 뚜렷하게 낮은 농가를 주축으로 구제역이 산발적으로 발생했던 만큼 이번에도 동일한 추세가 반복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일부 젖소 농장들은 착유량이 감소한다는 이유로 잦은 백신 접종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항체 형성률 평균치가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 조사 수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 논란이 발생할 전망이다.

백신 효용과 대해서는 “현재 한국에서는 영국 메리알사의 ‘01 마니사’, ‘O 3039’ 등을 백신으로 사용하는데, 이들 백신의 항체 형성률이 높으므로 효능에 큰 하자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과거에 창궐하다 남아있던 바이러스인지 외국인 근로자를 비롯한 외부 요인을 통해 새로 들어온 바이러스인지에 대한 역학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해당 농장엔 외국인 노동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원유를 담는 집유차량이 자주 드나들었다는 점에서 외부 요인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당국은 보은 젖소농장에서 기르던 젖소 195마리를 모두 살처분했으며, 소·돼지의 경우 산소·미생물을 주입해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방식으로 매몰할 계획이다.

지난 5일 신고가 들어온 직후 이 농가에서 나온 우유는 전량 폐기된다.

비록 신고 이전의 우유는 시중에 돌아다닐 확률이 높으나 구제역은 사람에게 전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고 유통될 때는 살균처리가 된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아울러 당국은 의심신고 접수된 직후 현장 상태 파악 뒤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유선으로 상황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백신 접종되고 있는 종류가 아닌 새로운 바이러스 유형이 발견되면 위기경보를 즉시 제일 높은 심각 단계로 높이도록 돼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앞서 정부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초기 ‘늑장대응’으로 피해를 가중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구제역은 한국에서 2000년 이래 현재까지 8차례 발생했으며 AI와 동시간대에 발생한 건 2010~2011년, 2014~2015년 이래 세 번째다.

신태현 기자 newt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