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月35만원 '푼돈연금'… 오늘도 생활비 벌러 나선 노인들

김지희 기자,김영주 기자,최정우 기자,하종민 기자
입력일 2017-02-02 07:00 수정일 2017-02-02 07:00 발행일 2017-02-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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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보다 행복하지 않은 대한민국 노인들…소득안정·사회적 유대관계 복원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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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산하단체인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은 매년 ‘세계노인복지지표(GAWI)’를 발표한다. 아직 2016년 순위가 발표되지 않았는데, 한국은 2014년에 50.4점(100점 만점)으로 96개국 가운데 50위에 그쳤다. 2015년에는 44점을 받아 60위로 추락했다. 최근 우리 상황으로 볼 때, 2016년 순위 역시 더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2015년에 이미 우리는 태국(34위), 베트남(41위), 필리핀(50위)에도 한참 뒤졌다. OECD의 2015년 성인남녀 행복지수 발표에도 우리는 59점으로 143개국 중 118위에 그쳤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노년 행복’의 꿈이 요원하기만 하다.◇ 노년에는 ‘소득불안’이 최대 난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가장 최근 노인실태조사 보고서(2014년)를 보면, 한국의 노인들은 72%가 실업 상태다. 경제상황 불안도는 54%에 이른다. 근로 이유가 ‘생활비를 위해서(79%)’다. 고령가구의 부채가 2630만 원으로, 연간소득(2305만 원)보다 많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고령가구의 평균 가처분 소득은 전체 평균의 48% 수준으로, 독일과 일본의 딱 절반 수준이다.

세계노인복지지표는 △소득보장 △역량 △건강 상태 △ 우호적 환경 등 4개 항목을 기초로 산출되는데, 한국이 태국 베트남 필리핀보다 뒤쳐진 이유도 ‘소득보장’ 때문이다. 24.7점으로 96개국 중 82위에 그쳤다. ‘우호적 환경’도 64.1점으로 54위에 불과했다. 건강상태(58.2점, 42위)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나마 역량(47.6점, 26위) 부문에서 선방했다.

소득보장 점수가 낮은 것은 60%를 웃도는 노인 빈곤율로 쉽게 설명된다. 70세를 전후해 우리의 1순위 노후 소득원은 ‘효자’들이 주는 용돈이다.

평균은 연금소득(59.0%) 근로소득(24.0%) 자본소득(17.1%) 순인데, 우리는 근로소득(63.0%)이 압도적이고 자본소득(20.8%) 연금소득(16.2%) 순이다,

소득보장 항목에서 33위를 기록한 이웃 일본은 연금소득보장 98.4%, 노인 빈곤율 19.4%로 우리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촘촘한 공적연금제도 덕분이다. 베트남, 스리랑카, 필리핀도 소득보장 항목에선 70위, 78위, 73위로 우리(82위) 보다 앞섰다.

사회적 유대감도 후진국 수준이다. ‘위기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는 친구 혹은 친척의 유무’ 항목에서 60점에 그쳤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70점이 넘었다. 전체 90위인 잠비아도 73점을 받았다. 통계청의 ‘연간 사회동향보고서’를 봐도, ‘여가활동을 누구와 하는가 라는 질문에 ‘혼자’라는 응답이 2007년 44.1%에서 2014년 56.8%로 꾸준히 높아졌다.

◇ 연금만으론 부족한 노후 대비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국내 노후준비의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2014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경제활동인구(18∼59세)가 49.4%에 달한다. 비정규직 임금 근로자의 가입률은 현재도 40%에 못 미친다. 정규직 근로자(82%)의 절반이다.

국민연금의 소득 보장 수준도 너무 낮다.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최근 몇 년 동안 35만 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개인 월평균 최소생활비라고 하는 136만 원에 턱 없이 못 미친다. 국민연금 소득 실질대체율은 25% 수준으로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에 OECD는 2015년 ‘한국경제보고서’에서 “한국이 OECD 최고수준인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을 낮추려면, 소득이 최저 수준인 노인에 대한 기초연금 지원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장기적으로는 공적 연금제도의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문제는 공적연금을 보완할 사적연금의 가입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개인연금·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의 자발적 가입률은 25%에도 못 미친다. 전체 사업장의 퇴직연금 가입률이 20% 미만이고, 특히 중소기업은 15%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정부의 사적연금 세제지원 비율도 15.7%로 OECD 평균 21.5%에 못미친다.

◇ 소득보장에 전력 기울이는 나라들

‘사단법인 참누리: 빈곤없는 사회’의 서병수 소장은 우리의 높은 노인빈곤율의 원인이 ‘공적연금의 부실’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65세 노인중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34%에 그치며 연금 받는 노인도 절반 이상이 50만 원 이하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연금 없이 노인이 되는 사람이 늘어나는 바람에 고스란히 노인 빈곤으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서 소장은 소득인정액에 국민연금 수령액과 기초연금 수령액이 포함돼 산정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선정기준이 불합리하고 깐깐해 오히려 지원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명지대 사회복지학과 백주희 교수도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에 비해 미성숙한 공적 연금제도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노인복지지표에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8위를 차지한 일본의 경우 특히 소득보장 항목에서 한국의 3배가 넘는 75.1점을 받았다. 촘촘하게 구성된 연금제도 덕분이다. 특히 회사와 개인이 반반씩 부담하는 후생연금이 노인소득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1위인 스위스나 스웨덴(3위), 독일(4위), 미국(9위), 영국(10위), 프랑스(16위) 등 선진국들도 노령층의 소득안정성 확보에 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다. 스웨덴은 국가 전체 예산의 3분의 1을 사회 복지 비용으로 지출하며 무상교육, 무상의료에 각종 연금 혜택을 부여한다. 독일은 국민의 90% 이상의 사회보장제도에 강제 가입되어 은퇴 후 연금으로 은퇴 전 생활수준 유지가 가능하다. 특히 리스터 연금제도 덕분에 저소득층일수록 더 많은 혜택을 누린다.

33위인 멕시코 역시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는 ‘비기여 공적연금’을 도입해 공적연금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한 덕분에 소득보장 순위도 36위로 우리보다 앞선다. 노인 연금 수급률은 88%로 우리보다 높다. 중위소득 이하 빈곤 노인 비율도 20.9%에 불과하다. 헬프에이지는 “세금에 기반해 국민 모두에게 제공되는 공적연금이 멕시코의 노인 빈곤과 불평등을 줄였다”고 전했다.

호주의 퇴직연금제도인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은 기업이 노동자 연봉의 9.5%(단계적으로 12%까지 인상 예정)를 의무적으로 연금 계좌에 적립하게 설계됐다. 미국은 50대 이상 고령 가입자 대상의 ‘캐치업 정책’으로 생산가능인구의 사적연금 가입률을 2013년에 이미 50%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김지희·김영주·최정우·하종민 기자 je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