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점심메뉴 못 고르는 사람들

박민지 기자
입력일 2017-01-31 07:00 수정일 2017-01-31 07:00 발행일 2017-01-26 99면
인쇄아이콘
햄릿1
게티
햄릿1
햄릿1
게티
453781169
게티
giang_20160227_037
게티
햄릿1
게티
햄릿1
게티
햄릿1
햄릿1
게티
햄릿1
게티
452507673
게티
햄릿1
게티
햄릿1
게티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 작품 속 햄릿의 이 대사는 오늘날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하는 ‘결정장애’를 빗대는 말로 바뀌었습니다.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2015년 소비트렌드 전망에서 햄릿 증후군을 첫째 키워드로 꼽기도 했죠.

‘햄릿증후군’

홍수처럼 밀려온 정보로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현대인을 표현한 말인데요. “점심메뉴 고르는 것이 인생 최대 고민”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생길 정도죠.

‘정보 포화’ 때문입니다. 선택 폭이 넓어졌기 때문인데요. 선택지를 줄여줄수록 선택하는 데 더 짧은 시간이 소비됐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처리할 정보가 많은 경우 도리어 오작동이 날 수 있는 거죠.

정보가 많아도 너무 많은 상태를 ‘데이터 스모그(Data Smog)’라고 부릅니다. 정보 과잉을 뛰어넘어 정보 공해로 전락해버린 겁니다.

일각에서는 어릴 때부터 부모가 정해주는 대로 생활하면서 길들여지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빚어졌다고 말합니다. 일부 부모는 성인이 된 자식 일에 간섭하며 챙기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큐레이션 서비스’

햄릿증후군을 위해 최적의 상품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수집된 소비자 정보를 가공해 원활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일컫는 데요. ※큐레이션 : 미술계에서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에서 파생된 말

상황에 맞는 패션스타일을 보여주거나 맞춤형 도서를 안내합니다. 그동안 들었던 음악 장르를 분석해 신곡을 추천해주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이 상품을 구매한 사람이 구경한 상품’도 큐레이션 서비스 일종입니다.

처음에는 상품을 추천 해주더니 지금은 다양한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배달하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로 발전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전문가가 선택한 셔츠를 배송해주는 것 같은 서비스를 말합니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매월 일정비용을 내면 서비스제공업체가 제품을 모아서 정기적으로 배달해 주는 상거래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바쁜 현대인이 쇼핑에 투자하는 시간을 최소화 할 수 있게 합니다. 이것저것 살펴보고 고르지 않아도 필요한 물품을 공급받을 수 있죠.

여기에는 빅데이터가 쓰입니다. 소비자 성별, 연령, 소비이력까지 파악한 뒤 관심 있는 콘텐츠를 노출시키는 방식입니다. 정보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의 정보를 수집해 그 장애를 해결한다고 하니 참 모순이지만 말입니다.

미국 사상가 랄프 왈도 에머슨은 “모든 인생은 실험이니 더 많이 실험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모르셨겠지만…. 눈치 보지 않고 점심메뉴 한 개 쯤은, 내일 입을 티셔츠 색상쯤은 아무거나 선택해도 되는 세상입니다.

박민지 기자 pmj@viva100.com

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