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원짜리 설 선물 없어서 못판다… 설 소비 양극화 심화

하종민 기자
입력일 2017-01-25 08:34 수정일 2017-01-25 09:29 발행일 2017-01-2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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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선물 사진
지난 주말 롯데백화점에서 한 고객이 설 선물 세트를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백화점)

설 소비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수백만 원이 넘는 고급 선물세트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경기불황과 정치적 불안정, 김영란법의 영향 등으로 올해 설 선물 시장이 전체적으로 얼어붙은 것과 대비된다.

25일 유통업계에서 따르면 롯데백화점이 선보인 한우·굴비·청과·와인 등의 ‘프레스티지 엘(L)’ 최고급 선물세트는 대부분 조기 소진됐다.

최고급 한우 부위만 모은 ‘엘 넘버 나인(L-No.9)’세트는 138만원을 호가하지만 이미 준비된 100개가 모두 동났고 ‘KY 트라피체 마노스 와인세트’의 가격도 180만원에 이르지만 모두 팔렸다. ‘영광 법성포 수라 굴비’ 역시 한 세트에 360만원으로 이미 20세트가 조기 소진됐다. 올해 롯데백화점의 ‘프레스티지 엘’ 매출은 작년 설보다 6% 넘게 늘었다.

현대백화점 역시 다른 설 선물 매출은 9%나 줄었지만 프리미엄 선물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우의 여러 부위로 구성된 90만 원짜리 ’현대프리미엄 한우 No.9‘은 지금까지 1500세트가 팔렸다.

신세계는 이미 수백만 원짜리 프리미엄 선물세트는 품절된 상황이다.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수 백만 원짜리 프리미엄 상품은 주로 고소득층 VIP(최우수고객)들이 구매한다”며 “어중간하게 비싼 10만 원대가 아닌 수 백만 원짜리 한우·굴비 세트가 동난다는 것은 경기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슈퍼 소비계층‘이 건재하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서민들이 불황과 청탁금지법 등의 영향으로 1만~3만 원짜리 설 선물만 소비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 산출한 소비양극화지수는 167로 조사가 시작된 1994년 이후 가장 높았다.

하종민 기자 aidenh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