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동전, 모으지 마세요. 은행에 양보하세요.

박민지 기자
입력일 2017-01-23 07:00 수정일 2017-01-23 07:00 발행일 2017-01-22 99면
인쇄아이콘
동전1
동전2
54350437
동전4
동전5
동전6
동전7
동전8
동전9
동전10
동전11
동전12
동전13

#

“동전 있어?”

“없어”

동전은 항상 있었고, 늘 그랬듯 쓰지 않았다. 한 사람당 보관하고 있는 동전 평균 개수는 436개다. 동전은 늘 주변 어딘가에 있다. 침대 밑, 소파 사이, 서랍 오른쪽 구석, 코트 왼쪽 주머니…. 동전을 방치하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더 쓰지 않는다. 보이는 동전은 죄다 돼지 몫이다. 어쩌다 500원짜리라도 넣을 때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동전 모아 태산 쌓아 거금의 지폐로 거머쥐기 위해 길게는 몇 년까지 돼지 뱃속에 동전을 묵힌다. 동전의 숙명이다.

#

‘돈’을 찍어내는 한국은행의 속은 타들어갑니다. 동전이 시중에 나오지 않으면서 계속 동전을 찍어 내야하기 때문인데요. 지난해만 539억원의 비용을 들여 6억2000만개의 동전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동전 없는 사회’다 뭐다 말은 많지만 아직 동전은 시중에 유통돼야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5월 한 달간 전 국민에게 있는 동전을 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동전 모으기는 올해로 9년째인데 지금까지 약 22억개를 모았죠.

해마다 평균 2억8000만개 정도가 수집된 덕분에 연평균 291억원씩 동전 주조 비용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만 동전 367억원이 지폐로 재탄생했고, 225억원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한국은행은 거듭 동전사용 및 동전과 지폐의 교환을 부탁했습니다.

동전밖에 없던 시절도 있었는데, 동전이 어느 덧 골칫덩이가 됐습니다. 그래서 동전을 없애려고 한답니다.

한국 성인 절반이 동전을 갖고 있어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현금결제를 하고 나서 생긴 동전을 사용하겠냐는 질문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46.9%에 달했죠. 들고 다니는 것이 불편하다는 응답이 62.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출처 : 한국은행 (2016년 성인(만 19세 이상) 2500명 대상)-

“동전 없는 사회(Coinless Society)”

한국은행은 동전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동전 없는 사회’ 사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시범적으로 편의점에서 현금 거래 후 남는 잔돈을 선불카드에 적립시켜주기로 했습니다.

한은은 사업의 본격 추진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간편결제나 잔돈 계좌입금, 포인트 적립 등 새로운 잔돈적립 서비스 출시를 고려하고 있는 업체와도 지속적으로 협의할 계획입니다.

한은이 추진하는 ‘동전 없는 사회’에 찬성하는 의견은 50.8%에 달합니다.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동전을 애도하기 전, 우리가 그보다 먼저 할 일은 갖고 있는 동전을 어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박민지 기자 pmj@viva100.com

사진=게티이미지

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