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귀국]서울역 환영인파 북적 "정치난맥상, 남북관계 해결 적임자"

하종민 기자
입력일 2017-01-12 22:11 수정일 2017-01-12 22:23 발행일 2017-01-1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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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총련 사진
반기문 전 총장 지지자 모임인 ‘반총련(반기문구국결사체)’이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한 12일 오후. 인천공항 못지않게 서울역에서도 반 전 총장을 환호하는 인파가 몰렸다.

반 전 총장이 인천공항에서 서울역으로 이동하는 동안 서울역 광장과 대합실에서는 그를 기다리는 인파들로 가득했다. 오후 5시 전후부터 모이기 시작한 인파는 서울역 대합실을 꽉 채웠다. 이들은 반 전 총장의 귀국을 환영한다는 플랭카드 등을 내걸고 “반 전 총장이 대선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위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반 전 총장이 도착하기 2시간 전부터 모여 있던 ‘글로벌반기문국민협의체’의 지지자들 20여명은 ‘추락한 국가위상 반기문이 되살린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었다. 이 단체 김경하(65)씨는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산다”면서 “국제관계에 최고인 반 전 총장이 국방과 외교, 통상 관계를 잘 이끌 것이다”라고 반 전 총장 지지 이유를 밝혔다.

바로 옆에는 대한민국반사모중앙회에서 ‘대한민국의 희망! 우리의 지도자!’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경상도에서 올라온 회원 최모(62)씨는 “정치는 모르지만 반 총장을 존경하고 우러러 본다”면서 “세계 대통령을 했던 반 총장이 이 나라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 귀국 뒤 정치세력화 기반이 될 걸로 관측되는 ‘반기문구국결사체’(이하 반총련) 소속 회원들도 다수 나와있었다. 이 단체를 이끄는 이선우 상임대표는 “반기문 전 총장은 남북관계를 해결할 적임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새로운 정치를 위해서는 기존 정당에 편입하기보다 독립정당을 창당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반 전 총장은)세계무대를 수백 바퀴 돌면서 세계정상에게 한국을 알렸고 포용의 정치를 해오신 분”이라면서 “그런 경험을 살려 남북 통일에도 앞장설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또 “세계 대통령으로 활약했던 경험을 살린다면 통상 및 무역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류근찬 반총련 공동대표(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는 반 전 총장을 지지하는 이유를 한국의 위기에서 찾았다. 류 대표는 “우리나라는 낭떠러지에 서있다. 다시 안전한 지대로 돌려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세계에서 일한 사람이 잘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총련 송기태 의장은 세계대통령을 두 번 역임한 반 전 총장의 경력을 높게 샀다. 그는 “지금은 글로벌 사회이며 지도자는 세계 정세를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관계의 해결과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심해지는 가운데 세계 평화를 위해 10년 간 일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야 하지 않겠냐며 반 전 총장 지지의 이유를 들었다.

오후 8시경 반 전 총장이 도착하자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지지단체측이 미리 만들어 둔 통로가 무너지고 경호팀과 취재진이 뒤섞여 취재진이 넘어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서울역 대합실의 국군장병라운지와 기념품 판매센터에 방문하려던 일정을 변경하고 대합실을 급히 통과해 자택으로 이동해야 했다.

이선우 반총련 상임대표는 반 전 총장 귀가 후 일정에 대해 “자택으로 귀가 후 지역구 의원인 나경원 의원과 만남을 갖고 휴식을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대합실 TV 스크린을 통해 반 총장의 연설을 보던 유병용(65)씨는 “지금 사회가 너무 극단으로 분열돼 있다”라며 “(반 전 총장은) 현재 한국사회에 필요한 통합의 리더십을 가진 정치인 중 하나다고 생각한다”며 반 전 총장의 대선출마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김세화(60대) 씨도 “(현재) 사드(THAAD) 문제라던가 중국과의 관계도 그렇고, 외교적으로 어려움 부분이 많은데 (반 전 총장은) 세계무대에서 리더로 활동한 분이라 신뢰할 수 있다”며 반 전 총장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면, 반기문 전 총장의 국내 정치적 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보였다. 경남지역에서 온 김 모(48)씨는 “외신을 보면 반 전 총장에 대해 안 좋은 평가들이 많다”라며 UN 사무총장으로서 외교 역량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반 총장 친인척 관련 비리와 관련해서도 “‘몰랐다’고만 하고 제대로 해명하지 않는 모습에 더 실망했다”라며 “대통령으로 나서는 것보다 자기 분야에서 사회에 도움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 모(30대·회사원)씨는 “국내 정치 경험이 전혀 없기도 하고, 위안부 문제 같은 이슈만 봐도 (정치적 능력을) 신뢰할 수 없다”라며 “대선에 출마한다면 지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반기문 전 총장이 귀국하자마자 대한민국은 어느 새 ‘대선 정치판’으로 급박하게 빠져 드는 모양새다.

김영주 안준호 최정우 손은민 하종민 기자 you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