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나는 지금 중산층인가 ... 노후에도 중산층 유지하려면...

박규석 기자
입력일 2016-12-08 07:00 수정일 2016-12-08 07:00 발행일 2016-12-0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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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분류기준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 3명 중 2명은 중산층이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 사람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중산층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자신있게 얘기하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나는 중산층일까? 아닐까?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그 해답을 주었다. 중산층 1025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월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실체와 가까운 중산층을 잡아냈다. 은퇴 후 까지 중산층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해 준다.

`노후,어떻게준비해야할까`
10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은행·보험·증권업계의 국내 29개 금융사 참여로 열린 '100세 시대 금융 박람회'에서 시민들이 금융사 관계자와 금융상품에 대한 상담을 하고 있다.(연합)  
◇ 중산층이라고 모두 중산층이 아니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중산층의 소득구간을 3분의 1씩 쪼갰다. 상위 33.3%를 ‘상위 중산층’, 하위 33.3%를 ‘하위 중산층’, 그리고 그 중간을 ‘중위 중산층’이라고 구분했다. 상위 중산층은 중위소득의 116.7~15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전체 중산층의 41.3%에 해당하는 이들이다. 중위 중산층은 중위소득의 83.3~116.7%를 버는 이들로 전체의 39.2%에 이른다. 상위와 중위 중산층을 합한 80% 가량의 중산층은 평균적으로 월 346만 원 이상을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중위소득의 50~83.3%에 해당하는 하위 중산층은 19.5% 정도다. 문제는 상단과 하단의 차이가 400만원에 가깝다는 점이다. 중산층이라고 해서 똑같은 중산층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위 중산층의 월평균 소득은 235만원으로, 상위나 중위의 중산층보다 100만~200만원 가량 적다. 특히 이들은 빈곤층과 경계가 되는 중위소득 50% 근방에 위치한 중산층이어서 자칫 빈곤층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잠재적’ 빈곤층이다.

많은 중산층들이 자신은 중산층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절반 이상의 중산층(56.5%)이 자신은 빈곤층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빈곤층이라고 생각하니 당연히 미래에 중산층 혹은 그 이상 고소득층이 될 것이라는 희망은 꿈꾸기 어렵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산층의 기준을 과도하게 높게 잡고 있다. 중산층의 적절한 소득기준을 묻는 질문에 64.9%가 500만 원 이상이라고 답했다. 이상과 현실의 차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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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후 빈곤층 추락 우려 상존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산층의 37.5%는 노후에 빈곤층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노후 예상 월소득을 50만~100만원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22.0%로 가장 많았다. 전혀 없거나 50만원이 채 안될 것이라 응답도 15.5%나 됐다. 부부 기준으로 노후에는 최소 137만원 이상 소득이 있어야 중산층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예상이 맞을 경우 이들은 틀림없이 노후 빈곤층이 된다.

노후 예상 월소득을 100만~150만원으로 예상한 중산층도 21.4%나 됐다. 이들 역시 잠재적 빈곤층이다. 결국 50% 안팎의 중산층이 노후에는 빈곤층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실제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49.6%)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부부기준으로 노후에 월 2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면 빈곤층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다. 각종 연구기관이 제시하는 부부기준의 적정 노후 생활비는 200만~250만원 수준이다. 중산층 전체적으로는 24.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2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며 노후에도 중산층 지위를 유지하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노후를 즐기고 있는 셈이다.

◇ 금수저 아니면 중산층 탈출 어렵다?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8명 이상이 노후에는 계층하락을 경험할 운명이라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고소득층은 62.9%가 중산층으로, 중산층은 최대 58.8%가 빈곤층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빈곤층은 92.5%가 계속 빈곤층으로 남게 된다. 위로의 계층이동도 매우 제한적이다. 빈곤층 가운데 중산층으로 올라가는 비율은 7.6%에 불과하다. 중산층의 1.4%만이 고소득층으로 올라간다고 한다. 그리고 고소득층의 14.3%만이 계속 그 지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인 기준으로 고소득층이 되려면 최소 4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려야 하는데, 노후에도 이 정도 소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 고소득층은 14.3%에 불과했다.

중산층에게 “고소득층은 왜 고소득층이 됐다고 생각하는가” 하고 물었다. ‘개인의 노력’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 가운데 무려 72.3%가 ‘부모 덕분’이라고 답했다. 이른바 ‘금수저론’이다. 소득이 적을수록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컸다. 거꾸로 “빈곤층은 왜 빈곤층이 됐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도 수저론이 등장했다. ‘부모가 가난해서’라는 응답이 54.5%로, ‘본인의 노력부족’ 보다 높았다.

학력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이 낮을수록 빈곤층이 될 것으로 전망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고졸 출신의 중산층 가운데 47.9%는 향후 자신이 빈곤층이 될 것으로 예상했고 대학원을 졸업한 중산층은 40.5%가 빈곤층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 그나마 계속 중산층으로 남으려면…

상식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수저론과 학력주의가 여전히 계층을 형성하고 공고히 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된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수저론과 학력주의가 우리 사회의 계층간 활발한 이동을 가로막고 있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근로소득이 사라지는 은퇴 후 노후가 되면 계층간 하락이동 만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경제활동을 완전히 멈춰 이전보다 소득이 크게 줄어드는 은퇴 후라는 점이 전제가 되긴 했지만, 노후에는 중산층을 포함해 대부분이 계층하락이 불가피한 게 현실이다. 결국 노후준비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과 철저한 실천만이 계층하락을 막을 수 있다. 계층 형성에는 결혼 여부도 중요한 요인이다. 결혼 여부와 중산층 유지 여부는 어느 정도는 상관관계가 있는 듯 하다. 노후에도 같이 보낼 배우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노후에도 계속 중산층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의 필수 요건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3층 연금(공적연금·사적연금·개인연금)’을 강조한다. 그리고 젊어서부터 소득 설계를 잘 해 3층 연금을 낼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갖추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더불어 자신의 처지를 너무 ‘낮춰보지 않는’ 여유를 권한다.

100세시대연구소는 “우리나라 중산층의 노후준비 점수는 62점인데 3층 연금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절반도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과도한 이상 대신 자족적인 마음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규석 기자 seo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