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미국이 금리 올린다고 한국도 바로 올리는 건 아니다”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11-11 15:18 수정일 2016-11-11 15:20 발행일 2016-11-1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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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방향 설명회…“시장금리 상승으로 취약계층 가계부채 우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한국도 바로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뒤 열린 ‘통화정책방향 설명회’에서 “미국과 내외금리 차가 외국인투자자금 유출입에 영향을 주지만 금통위가 이런 측면만 고려해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취약계층이 가계부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강력 시사돼왔다”며 “인상 속도도 (트럼프 정부의) 정책 영향에 크게 좌우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이 총재와 일문일답.

-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다가오면서 한국과 금리 차가 벌어지면서 외국인 자금유출 가시화와 환율상승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내외금리 차 변동을 통해서 외국인 채권 투자자들의 자금유출과 환율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내외 금리 차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투자자의 자금사정이나 포트폴리오 조정 등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10월에 큰폭으로 유출된 것은 일부 투자자들이 수익성제고를 위해서 포트폴리오를 조정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전반적인 자금유출로 볼 상황은 아니다. 내외금리 차가 외국인투자자금 유출입에 영향을 주지만 금통위가 이런 측면만 고려해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 해서 한국도 바로 인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최근 정치적 상황으로 인한 국정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치나

“국내외 여건이 상당히 어렵다. 각 부처가 경제정책을 조율하면서 일관성 있게 경제정책을 추진해 경제 주체들의 심리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부총리 중심으로 부처 이견을 조율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은도 경제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할 마음이 있다.”

-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가계부채 부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부채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이전부터 총량 수준이나 증가 속도가 빠른 점을 걱정해 왔다. 가계부채는 금융기관 부실화 등 시스템 리스크보다는 취약계층이 문제다. 장기적으로는 소비를 제약하는 부담으로 작용하겠고,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의 부담이 늘어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도 이점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

- 가계부채 급증 원인이 저금리 때문이라는 비판이 있다.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늘어난 원인 중 하나는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공급이다. 그러나 저금리 외에도 정부가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해 여러 가지 규제를 완화하면서 주택 가격이 상승해 대출 수요를 늘렸다. 한은의 금리 인하 정책은 2012년부터 시작됐다. 금리 결정에서 금융안정도 보지만 거시경제 리스크가 컸다.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해 금리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금리 정책은 가계부채를 포함한 금융안정뿐 아니라 거시경제도 봐야 한다. 또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정책만으로 해결 안 되고 거시건전성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 지금 완화 정책을 유지하지만, 금융안정에도 각별히 유의하겠다. ”

- 경기전망이 이전보다 부정적으로 변한 것 같다.

“국내외적으로 예상치 못한 요인이 발생해 국내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불안요인이 오래 지속되면 경제 심리를 위축시키고 금융시장 변동성을 높여 전반적인 성장세에도 부정적이다. 지난달 전망에 비해 부정적 영향을 줄 만한 불확실성이 많이 생겼다. 경기 방향을 예단하기 어려워 경기 상황 움직임에 주시해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 트럼프 당선인의 신고립주의 정책이 실현되면 내년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줄 것 같다.

“트럼프의 공약 때문에 많은 우려가 있는 것 같다. 공약을 보면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철회, 높은 관세 부과 및 비관세 장벽 시행 등을 말한다. 그런 공약이 정책으로 실현되면 세계 교역은 물론 국내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이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불확실하고 정책으로 나타나더라도 정책의 정도, 강도 시기에 따라서 다를수도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 예상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예단할 수 없어 한국은행은 예의 주시해서 만반의 준비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또 트럼프 공약을 보면 감세, 규제완화 통해서 재정지출을 확대해서 경기부양 도모하려는 정책 공약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국내 경제도 긍정적인 요인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미국의 경제통상 정책에 많은 변화가 예상되지만 변화의 정도를 예단하기 곤란하고 지금부터 면밀히 지켜보고 철저히 미리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 트럼프 당선 후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지만 바로 회복했다. 이런 안정세가 지속될 수 있을까.

“미국 대선 전만 해도 시장에서는 클린턴의 승리를 예상했다.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와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렸다. 하지만 트럼프의 당선 수락 연설을 보면 유화적인 모습을 보였고, 재정지출 확대나 규제 완화 등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금융시장이 회복됐다. 단기적으로는 안정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앞으로 트럼프 정부 출범 전이나 이후에 어떤 정책을 펼칠지 불확실해 그때마다 변동성이 클 가능성이 있다. ”

- 트럼프가 중국과 한국을 환율조작 감시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다.

“트럼프 공약에 보면 한국 외환시장에 비판적이어서 원화 절상 압력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그러나 한은의 환율 정책은 쏠림현상이 과도할 경우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양방향으로 조정한다는 것이 일관된 원칙이다.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양방향으로 균형적으로 시장에 개입한다고 평가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이런 기본적인 입장을 이해하도록 소통 노력도 강화하겠다. ”

-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은?

“중앙은행 통화정책은 정부가 바뀐다고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상당히 크게 본다. 점진적인 금리 인상 속도도 정치적 영향에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내년 적정 인상 횟수를 2회로 보고 있으며 이 전망은 현재도 유효하다고 본다.”

- 미국의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10년물의 경우 미국과 금리 역전 현상이 나오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미국 금리가 올라 10년물 금리는 역전돼 있다. 이는 외국인 채권투자자의 자금 유출이나 환율 상승 등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외국인 증권자금 유출입은 내외금리 차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금 사정이나 포트폴리오 조정에도 영향을 받는다. 지난달 외국인 채권 자금 유출도 일부 투자자가 수익성 제고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생긴 일이며 전반적인 자금 유출은 아니다. 내외금리 차가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주지만 이것만 가지고 금리를 결정하지 않는다. 또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우리도 곧바로 올리지도 않는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