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수은, ‘낙하산 금지·조직 슬림화’…700억 절감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10-31 15:26 수정일 2016-10-31 15:28 발행일 2016-10-3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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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안 발표…수은, 부행장 8명 감축·내년 예산 3% 삭감
산은, 구조조정기업 재취업 전면금지·자회사 시장가 매각 원칙 명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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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31일 나란히 조직 축소 등을 담은 혁신안을 발표했다. KDB 혁신위원장인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사진 위 오른쪽)와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담회를 하며 답변을 상의하고 있는 모습. 남주하 수출입은행 경영혁신위원장(하단 왼쪽)과 홍영표 수은 전무이사가 수은 혁신안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대우조선해양 등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한 관리로 비판을 받은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31일 나란히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들 은행의 혁신안은 인력감축과 조직혁신으로 총 7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위험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낙하산 재취업 전면금지 등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먼저 산은은 출자회사의 방만 경영을 방치했다는 그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구조조정기업에 대한 퇴직 임직원의 상근·비상근직 재취업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앞서 6월 발표한 혁신안에서는 ‘예외적으로 심사를 통해 허용한다’는 단서를 붙였으나 이를 더욱 강화한 것이다.

이와 함께 132개 출자회사를 매각할 때 시장가격으로 매각한다는 원칙을 정관과 내규 등에 명시할 방침이다.

아울러 구조조정기업에 파견하는 경영관리단의 자격 요건을 새로 만들고, 출자회사관리위원회도 독립성과 투명성을 갖추도록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어 2021년까지 10%의 인력을 감축하고 보수를 삭감해 351억원을 절감하고, 지점 축소 등으로 49억원을 절감해 총 400억원의 자구노력에 나서기로 했다.

11개 부문이던 부행장급 부문은 올해 말 9개로 축소하고 상임이사를 폐지, 앞으로 이사회 7명 가운데 회장·전무이사를 제외한 5명이 사외이사가 된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부실여신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리스크관리위원회의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위원장도 사외이사가 맡도록 하는 등 독립성과 위상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신용평가 3심제’를 도입해 심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특정 기업·계열에 대한 과다여신을 제한하기 위해 동일인과 동일차주에 대한 자기자본 대비 여신 한도를 현재 60%(동일인)와 80%(동일차주)에서 2005년 수준인 40%와 50% 수준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수은은 이런 과정을 통해 6월 현재 4.34%인 부실채권 비율을 2020년까지 2%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고통분담 차원의 자구노력으로는 약 3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2개 본부를 축소하고 6개 부행장은 본부장으로 격하, 전무와 상임이사를 제외한 8명의 부행장 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팀장급 이상의 조직관리자는 2020년까지 10% 감축하고 전 직원의 정원도 올해 962명에서 2021명 914명으로 5% 감축한다.

임원의 연봉 5% 삭감과 올해 성과급 전액 반납, 내년 임금인상분 추가 반납, 직원의 올해 임금인상분 반납, 사택 4곳의 전량 매각, 올해 경상경비 10% 삭감, 내년 예산 3% 삭감 등의 계획도 제시했다.

산은과 수은은 이같은 자구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지난 6월 이미 발표한 혁신안에서 크게 진전되지 않아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초 문제로 제기됐던 국책은행의 기업구조조정 결정시 정부의 입김 같은 외풍을 막는 근본 해결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6월 발표의 재탕이고, 산은의 혁신위원회에 외부 전문기관을 두겠다고 했으나 전문기관은 없었다”며 “2017∼2021년의 인원 자연감소분이 146명이고 매년 100여명의 퇴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산은의 인력 10% 감축도 사실상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