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현대·기아차, 글로벌 ‘빅4’ 문턱에서 주저앉나?

천원기 기자
입력일 2016-09-29 17:06 수정일 2016-09-29 18:31 발행일 2016-09-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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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양재동 사옥 전경 (연합)

르노닛산을 제치고 글로벌 ‘빅4’ 진입을 위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온 현대·기아차가 문턱에서 주저앉을 위기에 처했다.

내수부진과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신흥국 경기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 장기화로 생산차질대수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판매 4위 업체인 르노닛산과 격차를 빠르게 줄여왔던 현대·기아차는 올들어 급격히 추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올 1~8월까지 전세계에 판매한 자동차는 총 499만 8790대로 전년(510만 2871대) 대비 2.3% 감소했다. 이대로 가다간 올해 목표치인 813만대 달성은 물론 2014년부터 유지했던 800만대 판매도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닛산이 미쓰비시를 인수하면서 전세계 자동차 시장 판도가 크게 변화하는 와중에도 현대·기아차는 노조의 파업 장기화로 새로운 판매 전략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지난해 전세계에 850여만대를 판매한 르노닛산이 미쓰비스(125만대)를 인수하면서 도요타(1015만대), 폭스바겐(993만대), 지엠(984만대)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됐다.

현대·기아차는 빠르게 추격해오는 미국 포드의 기세도 눌러야 한다. 포드는 지난해 600만대 가량을 판매하며 현대·기아차에 이은 전세계 판매 순위 6위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와는 200만대 가량 격차가 있었지만 올해들어 중국 등 아시아·태양평 지역에서 판매를 크게 끌어올리며 현대·기아차와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아·태 지역이 현대·기아차의 안방이라는 점에서 예사롭게 넘기기 어렵다는 지적이 강하게 나온다. 실제 포드는 올 상반기 현대·기아차와 판매 격차를 40만대까지 줄였다.

현대차 노조가 30일까지 파업을 이어갈 계획이어서 파업에 따른 현대·기아차 손실 규모는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역대 최대였던 1조7000억원의 거의 2배 수준에 육박하는 것이다. 아직 파업 등 물리적 행사는 하지 않지만 임금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기아차 노조도 잠재적 불안요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2014년 처음으로 800만대 클럽에 진입한 이래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상위 업체들과 판매 격차를 줄여왔다”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빠른 판단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원기 기자 000wonk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