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해운업 위기'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6-09-18 15:43 수정일 2016-09-18 17:17 발행일 2016-09-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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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혜미
이혜미 산업부 기자

침몰하는 한진해운을 지켜보면서 말들이 많다. 한진그룹의 부실경영에 핏대를 세우는 사람도 있고, 대책 없는 구조조정 원칙만 고집하다가 예상외의 후폭풍에 당황해 하는 정부의 무능함에 분노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보다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의 사태의 1차 책임은 한진해운과 한진그룹에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은 정부와 채권단의 몰이해와 무책임을 빼놓을 수없다. 자구노력이 미흡하다며 잘못된 점을 고치려는 것은 당연한 조치였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기업을 죽이는 꼴이 되었으니 이른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에서는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더욱이 해운업계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전에 정부에 대해 수없이 물류대란 사태를 경고했다. 세계 여러 해운사처럼 불황에 빠진 우리 해운업계 역시 오래전부터 중국, 독일, 프랑스와 같은 정부의 지원과 이해를 요구하며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정부는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수 조원을 쏟아 붓고도 해운업에 대해서는 쳐다보지도 않고 냉랭하게 대했다. 알짜 자산을 다 팔고 수술대에 올랐는데도 구조조정 원칙론만 되풀이하며 죽어가는 ‘환자’를 외면했다. 엄격한 잣대로 얘기하면 ‘직무유기’다.

사실 정부는 조선업 구조조정에 손을 떼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지원한 돈도 돈이지만 대규모 실업사태로 지역민심이 이반되면 결국 정치권에 부담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알아서 기었다’는 그냥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3000억원을 아끼려다 17조원의 손해는 과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또 해운강국 이미지훼손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눈을 제대로 뜨고 뒷수습하지 않으면 나중에 국민적 심판을 피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