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본말전도된 ‘역세권 2030 청년주택’…청년을 치적쌓기에 활용하지 마라

한장희 기자
입력일 2016-09-13 06:19 수정일 2016-09-13 06:19 발행일 2016-09-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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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희
한장희&nbsp;사회부동산부&nbsp;<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기자

서울시가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이 본래의 목적을 잃고 투자사업으로 변질된 모습이다. 시와 청년주택 밑그림을 그린 SH공사가 토지를 제공할 민간사업자를 유치하기 위해 세제혜택 등 유도책을 펴면서도 정작 청년들의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임대료 문제 등에서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와 SH는 ‘역세권 2030청년주택’ 사업자를 유치하기 위해 4차례에 걸친 사업설명회에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종 상향과 용적률 완화, 각종 세제해택을 제공하겠다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사업자 유치에 힘을 쏟다 보니 ‘청년주거 문제 해소’라는 본질은 간 데 없고 투자상품으로 전락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포장하기 좋은 청년을 앞세운 임대사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시와 SH는 시범사업지인 삼각지와 충정로 청년주택 임대료와 관련해서 “서울 중심지에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만큼 임대료가 비쌀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민간사업자 유치를 위해서는 온갖 혜택을 홍보하면서도 정작 임대료 문제에 대해서는 방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쯤 되면 기존의 수익형 상품과 다를 게 없다. 청년이 없는 주택을 어찌 청년주택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임대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허울 좋은 청년주택이라는 이름을 떼어버리고 차라리 ‘역세권 임대주택 상품’이라 정하고, 시장에 내놓는 것이 합당하다. 더불어 서울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내놓는 청년정책과 홍보를 재점검하기 바란다. 이 중에는 가치있는 정책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청년정책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다 보니 정신이 없다. 그게 그 거 같아 옥석구분이 가지 않는다. 박원순 시장의 치적쌓기용으로 치부되는 이유다.

한장희

사회부동산부  기자 jhyk77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