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웹툰 작가가 쉽다고? 작가로서의 책임감이 필요해!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6-09-11 15:42 수정일 2016-09-11 16:35 발행일 2016-09-12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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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문화부 기자

웹툰이 대중화되고 플랫폼도 늘면서 작가 데뷔가 과거에 비해 쉬워졌다. 하지만 쉽게 데뷔를 한 탓일까. 일부 작가는 대중에게 영향을 주는 공인으로서의 책임감이 부족해 보인다. 

얼마 전 레진코믹스에서 벌어진 ‘메갈리아(극단적인 남성혐오 커뮤니티) 사건’이 그 단적인 예다. 당시 레진코믹스에서 작품을 연재하던 일부 작가가 메갈리아를 옹호하는 글을 SNS 트위터에 올렸고 이를 독자가 비난했다. 그러자 해당작가는 “그래서 (내) 만화 안 볼 거야” 라고 반박해 독자들이 대거 레진코믹스를 탈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레진코믹스는 공식 사과문을 내고 소속 작가들에게는 SNS 활동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여전히 웹툰 커뮤니티사이트에는 레진코믹스에 대한 비난 글이 올라오고 있다.

책임감 부족은 과거 출판 만화부터 활동했던 유명 작가에게서도 들린다. 전설의 귀환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네이버 포털 사이트에 연재한 김성모 작가는 한번 썼던 그림의 얼굴과 대사를 살짝 바꿔 그대로 사용하는 ‘도장 찍기’를 반복해 분노를 샀다. 

포털 사이트와 비교해 인지도가 부족한 유료 웹툰 플랫폼에선 많은 공을 들여 과거 인기 작가의 작품을 연재한다. 그들의 원고료는 회당 500~600만원, 일부는 1000만원 단위까지 올라간다. 일반 신인 작가는 회당 50만원 수준이다. 

문제는 유명 작가의 명성이 반드시 작품성과 인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웹툰 관계자는 “웹툰은 위에서 아래로 스크롤을 내려 읽는 식이다. 하지만 일부 작가는 예전 출판 만화 방식 그대로 작업한다. 그걸 웹툰으로 옮기면 가독성이 떨어진다. 소재나 이야기 전개도 과거의 것이라 웹툰의 주요 독자인 젊은 층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고 전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작에서 보여준 작품성에 투자했지만 계약을 하고 실제 연재하는 작품은 기대 이하 수준이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독자도 실망해 웹툰을 구매하지 않는다. 그래도 작가의 인지도가 필요한 유료 플랫폼으로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연재한다”고 토로한다.

작가의 문제는 개인으로 끝나지 않는다. 독자의 비난은 해당 웹툰 플랫폼으로 확대된다. 독자 탈퇴는 열심히 작업하는 다른 작가들의 수익 문제와 직결되는가 하면 웹툰 산업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작가가 당장의 기분에 따르고 눈앞에 이익을 쫓을 때 놓치는 건 독자만이 아니다. 그들이 서는 무대까지 사라질 수 있다. 

김동민 문화부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