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라앉는 한진해운, 정공법 필요하다

최은화 기자
입력일 2016-09-01 15:10 수정일 2016-09-01 15:57 발행일 2016-09-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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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화-증명
최은화 증권부&nbsp;<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기자

‘대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시장의 믿음이 깨졌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대마불사(大馬不死)’ 관행을 깨고 국내 해운업계 1위, 세계 7위인 한진해운에서 손을 뗐다.

한진해운은 곧장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을 두고 “사실상 불가능”이란 반응이다. 해운업계를 살리겠다는 강경한 정부 의지에 투자를 감행했던 한진해운 투자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산업은행은 1조원이 넘는 혈세를 낭비했다는 국민들의 질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한진해운의 모항인 부산에서는 가라앉는 한진해운을 두고 부산 경제가 무너진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신용평가는 한진해운의 무보증회사채 신용등급을 C(채무불이행 불가피)로 하향했다. 한국거래소도 같은 날 한진해운 보통주를 1일자로 관리종목 지정한다고 밝혔다.

채권단의 결정은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인 측면도 있다. 그동안 정부와 채권단은 비슷한 상황이 있을 때마다 정치 논리, 지역경제 파급 등을 이유로 부실 대기업을 살리는 데 급급해 왔다. 때문에 이번 결정은 ‘시장논리에 따라 결정’, ‘부실기업 1차 책임’이란 원칙을 지킬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이어지고 있는 허술한 대책을 보면,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 최근 정부는 한진해운의 핵심 우수 인력 등 해외 네트워크를 현대상선에 흡수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값어치와 경쟁력은 한진해운이란 든든한 배경이 없으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뿌리를 잃은 줄기가 성할 리 없다. 애써 힘든 결정을 내린 뒤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정공법’이 필요한 시기다. 한진해운이나 정부나 채권단 모두 예외일 수 없다.

최은화 기자 acaci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