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금협상 산넘어 산…"그룹사 공동교섭 남았다"

천원기 기자
입력일 2016-08-25 18:41 수정일 2016-08-25 18:45 발행일 2016-08-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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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해법 '임금피크제'는 논의 조차 못해
현대차노조쟁의대책위원회출범
지난달 열린 현대자동차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노조원들이 각 사업부별 깃발을 들고 있다.(연합)

3개월 동안 끌어왔던 현대차 노사의 올해 임금협상이 1조원대 손실이라는 막대한 피해를 남기고 사실상 종결됐다.

노사 양측이 도출한 201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해 26일 노조가 찬반 투표를 거쳐야 하지만 현재 내부 분위기로 봐서는 무리없이 통과될 전망이다.

노조는 이번 협상을 통해 성과급과 격려금만으로도 평균 1000만원 이상 챙길 수 있게 됐지만 사측은 노조 파업으로 1조원대 손실을 떠안게 됐다. 임금협상을 위한 ‘부대비용’으로 1조원을 쏟아부었다는 비아냥이 난무하는 이유다.무차별적으로 반복되는 노조 파업 문제를 회사 개별 문제로 바라볼 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근본적 해결 방법을 고민할 때라는 지적이다.

◇1조원대 손실 ‘나몰라’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기간 중 14차례 파업으로 1조4700억여원의 손실을 사측에 떠안겼지만 현대차그룹 전체가 참여하는 공동교섭은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어서 파업에 따른 추가 손실이 제기되고 있다. 아직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한 기아자동차 노조가 최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가 그룹사 공동교섭이란 명분으로 비상식적인 기아차 노조 파업에 적극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동교섭에는 그룹사 대표 사업장으로 현대차 노조를 비롯해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전체가 참여하고 있다.

그룹사 공동교섭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금속노조는 공동교섭은 단위 사업장에서 할 수 없는 안건을 그룹 차원에서 논의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결국 임금협상에서 사측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셈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청년실업 문제, 총수일가 문제 등 단위 사업장에서 논의할 수 없는 안건들을 논의하기 위해 공동교섭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최대 사업장인 현대차 노조가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공동교섭은 별개의 문제로 투쟁 방법과 계획을 새롭게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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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만 챙긴 노조, 임금피크제 확대는 ‘불가’

현대차 노조는 청년실업 문제를 그룹사 공동교섭 의제로 내걸고 있지만 정작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임금피크제 확대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1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의 밥그릇은 뺏길 수 없다는 기득권 지키기에만 집착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사측은 이번 협상에서 임금피크제를 확대하기 위해 만 59세와 60세 임금 각각 10% 삭감하는 안을 노조측에 제시했지만 노조는 임금삭감액이 너무 크다며 사측이 이를 밀어붙일 경우 ‘절단낸다’라는 강경한 표현까지 썼다.

결국 사측이 임금피크제 확대안을 스스로 거둬들이면서 추후 논의키로 했지만, 노조 임금을 최대로 인상시키지 않고서는 임금피크제 확대는 어렵다는 게 산업계과 노동계 안팎의 시선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는 제조업 뿐만 아니라 국내 노동계를 대표하는 사업장”이라며 “그런 만큼 현대차 노조가 먼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원기 기자 000wonk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