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영란법과 신차 시승

김정호 기자
입력일 2016-08-18 16:51 수정일 2016-08-18 21:07 발행일 2016-08-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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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산업부 기자

다음달 28일부로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로 언론사의 신차 시승 양상이 달라질 전망이다.

그동안 언론사에 제공되는 시승차량은 관행적으로 완성차 업체에서 대차 비용을 전액 부담해왔지만, 직무상 관계있는 자로부터 5만원 이상의 선물 수령을 금하는 김영란법에 따르면 이 부분은 위법사례가 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완성차 입장에서는 언론사에 1회 3박4일 동안 시승차량을 제공할 경우 국내 준대형 세단을 기준으로 적게는 약 30만원부터 많으면 약 60만원가량 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차량을 인도하기 위한 탁송비와 보험료, 유류비, 세차비용, 렌탈 회사에 내는 대차비용 등이 합산된 금액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기자가 신차 시승을 원하는 경우 일반 구매고객처럼 차량 대리점을 통해 단기간 시승하거나, 완성차 업체가 김영란법 대상이 아닌 파워블로거를 통한 신차 시승을 활성화 할 것이라는 추측 등 여러 소문이 무성하다. 이럴 경우 제품 심층 분석이 불가능하고 영세 언론사는 쉽게 시승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맹점이 지적된다.

다만 새 법률로 인해 시승 기회를 남용하던 기존 일부 언론인의 안 좋은 관행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김영란법 시행에 일부 찬성하는 바다.

특히 요즘 같은 여름 휴가철일수록 수입·국내 브랜드를 막론하고, 심지어 비인기 모델마저 대차 스케줄이 꽉 차있을 만큼 언론사의 시승 요구는 폭발적이다. 문제는 시승차량을 취재목적이 아닌 레저 등 개인 여가 목적으로 활용하는 일부 기자가 있다는 데 있다. 차량을 빌렸음에도 시승기를 남기지 않는 소위 ‘먹튀’ 기자들이 적지 않은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 매체 기자가 시승기 작성 없이 차량을 일주일 동안 통째로 빌린 것도 모자라 며칠 더 연장할 수 없겠느냐고 요구해와 난감했다”며 ‘진상 짓’을 벌인 일화를 들려줬다. 완성차 업체 홍보실이나 해당 출입 기자에 차량 섭외를 요구하는 데스크급 기자들도 있다. 이 경우 대부분은 리뷰 없이 연료만 축낸 채 반납하고 만다. 일종의 기득권 남용이다.

이는 제품 리뷰를 원하는 성실한 기자들의 기회를 빼앗고, 소비자의 알권리마저 침해하는 어리석은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엉뚱한 목적 탓에 가중된 시승비용(홍보비)이 향후 차량 가격 산정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문제도 제기할 수 있겠다.

언론은 김영란법이 위축하는 분야만 나열하며 따질 게 아니라, 시행을 계기로 스스로의 기득권 남용 문제도 비슷한 비중으로 성찰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김정호 기자 map@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