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보험사들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8-11 15:51 수정일 2016-08-11 16:10 발행일 2016-08-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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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 기자
금융부 이나리 기자

올해 초 보험사들은 운전자보험의 부상치료비 특약의 가입한도를 대폭 늘렸다. 교통사고로 단순 타박상을 입어 통원치료만 받아도 한 보험사당 최대 40만원까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인데, 매력적인 보장내용 덕분에 부상치료비 특약은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보험설계사들이 부상치료비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판매하면서 운전자보험은 소위 잘나가는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보험사가 자초했던 일이다.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보험사들의 이 같은 무리한 특약경쟁은 결국 손해율(수입보험료 대비 지급보험금의 비율) 악화를 가져왔고, 보험사들은 일제히 보장금액을 줄였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보험 계약을 모집한 설계사들에게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관련 보험금 청구 계약을 2건 이상 모집한 설계사들에게는 새로운 보험 계약을 유치할 때 까다로운 심사(특인심사)를 거치게 하는 등 영업활동에 불리한 조치를 내렸다.

심지어는 보장금액을 일부러 낮거나 높게 설정하도록 하고, 불필요한 특약을 가입해야만 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열심히 영업해 많은 계약을 관리하는 설계사일수록 보험금 청구가 많은 건 당연하다. 열심히 팔라고 설계사들을 독려하더니, 많이 팔아서 보험금 청구가 들어오니 손해율 관리를 빌미로 설계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는 불공정행위이자 횡포일 뿐이다.

제재를 받는 설계사들을 통해 가입하는 고객 역시 불리하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보장금액을 낮거나 높게 설정할 수밖에 없고, 불필요한 특약을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손해율 관리를 위한 보험사의 고유권한이라고 말하지만 이건 명백한 불공정 행위다. 감독당국의 손길이 필요한 시점이다.

‘영업의 꽃’이라 부르며 설계사들을 치켜세우던 보험사들의 횡포는 그야말로 ‘감탄고토’(甘呑苦吐·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