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 대선, 사드 그리고 리우…네 귀에 캔디 대신 '막말'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16-08-10 13:58 수정일 2016-08-10 14:06 발행일 2016-08-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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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김수환 기자

미국 대통령선거 유세장, 사드반대 집회, 그리고 리우올림픽….

장소는 달라도 치열한 경쟁, 이해관계의 충돌, 날카로운 신경전이 있는 곳에 등장하는 ‘막말’이 연일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나오는 대로 함부로’ 또는 ‘속되게 말하는 것’이라는 ‘막말’의 사전적 의미를 유명인들의 입을 통해 체험하게 되는 이면에는 대중의 관심과 선동을 겨냥한 또 다른 포퓰리즘이 있다.

막말을 중심으로 양 진영으로 갈라지는 갈등의 현장에서 일부는 막말에 동조하고 또 다른 이들은 막말 당사자를 비난하는 일에 줄을 선다. 막말하는 이를 비난하자니 그 막말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무시할 수 없고, 그렇다고 동조하기에는 그 목적의 순수성을 인정하기도 힘든 게 사실이다.

미 대선의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막말’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지만, 무역협정으로 실업자가 된 미국의 백인 노동자계층에는 그들의 분노를 대변하는 유일한 후보로 자리매김하는 수단이 됐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그들의 표를 얻었고 막말은 자신의 유용함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막말 당사자와 원인제공자간 시비(是非)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주목하고 싶은 것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불쾌지수가 높은 이 여름날 막말의 홍수를 마치 비중 있는 소식인양 전해 들어야 하는 대다수 평범한 시민들의 고통이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드배치 현장과 스포츠 정신이 살아있어야 할 리우올림픽 현장에서도 막말은 각종 매체를 타고 시공간을 넘어 마치 제가 주인인양 그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함부로’ 쏟아진 막말에 한푼의 가치라도 있을까. 오히려 말 잔치, 말의 홍수 속에 지친 현대인의 귀와 정신을 더욱 피곤하게 만드는 또 다른 부산물은 아닐까 싶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