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산행'이 친 사고…충무로의 단비 되길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16-08-08 15:30 수정일 2016-08-09 16:56 발행일 2016-08-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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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 문화부 기자

영화기자로 살면서 1000만 영화의 탄생을 수없이 봤다. 기자와 평론가들이 말하는 공통점은 차고 넘치지만 ‘1000만 영화’의 기준은 부모님이다.

부모님들이 “보고싶다”고 말하는 영화는 여지없이 흥행 잭팟을 터트렸다. 과거 ‘실미도’가 그랬고 ‘왕의 남자’, ‘명량’, ‘7번방의 선물’이 그랬다. ‘국제시장’과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고는 얼마나 우셨는지 극장을 나오며 벌건 눈가를 훔치는 부모님을 일정기간(?) 놀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인천상륙작전’을 보고 싶다고 해 관객의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부산행’의 1000만 관객 돌파에 이어 500만 관객을 동원했으니 작년의 ‘베테랑’과 ‘암살’처럼 쌍끌이 흥행이 기대된다.

어른들의 기준은 광고보다 입소문이다. 친구 혹은 산악회, 조기 축구회의 ‘누가 봤는데 재밌다더라’면서 영화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물론 영화관을 가기 전까지는 소재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시대적 배경과 역사적인 소재, 거기다 살면서 한번쯤 경험한 사건이 들어가면 금상첨화. 배우들의 열연은 덤이다. 최민식이 누구인지 몰랐던 아버지는 ‘명량’을 보고 팬이 됐고 어머니는 ‘왕의 남자’를 통해 정진영이 나오는 드라마는 열혈시청한다.
그런 부모님이 유일하게 보지 않은 ‘1000만 영화’가 ‘부산행’이다. 일단 바이러스라는 소재에 관심이 없고 좀비물이라는 데 흥미가 없으셨다. ‘부산행’이 제작될 때도 이같은 흥행은 예상하지 않았다고 한다. 
애니메이션 거장인 연상호 감독의 색다른 프로젝트로 진행된 영화인만큼 출연 배우들 역시 “이 영화로 칸영화제에 올지 몰랐다”고 할 정도였다. 충무로에는 ‘흥행은 하늘만 안다’는 속설이 있다. 어쩌면 흥행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기대감’일 수 있다. ‘부산행’이 앞으로 어떤 기록을 쓸지 몰라도 전혀 시도되지 않았던 영화들이 자주 이런 큰 사고를 치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이희승 문화부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