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수도 요금 올린다고 싱크홀을 막을 순 없다

신태현 기자
입력일 2016-07-29 06:08 수정일 2016-07-29 06:08 발행일 2016-07-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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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신태현 사회부동산부 기자

“하수관은 말이 없으니까요.”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서울시는 앞으로 3년 동안 하수도요금을 33% 올리는 내용의 조례를 27일 입법예고했다. 2019년 시민이 추가로 부담하는 하수도 요금은 1인당 한 달에 580원, 3인 가구 1390원이다. 그런데 하수도요금을 올리려는 이유가 전문가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싱크홀을 줄이려면 낡은 하수관을 교체해야 하고, 하수도요금을 올려 비용으로 쓴다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시는 서울에서 일어난 도로함몰의 81%가 30년 이상된 노후하수관 때문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과연 그럴까.

전문가들은 대단한 착각이라 지적한다. 강남이 강북보다 개발된 시기가 한참 늦어 하수관도 더 최근 것임에도 싱크홀이 강남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것만 봐도 싱크홀의 원인이 단순히 하수관이 낡았다고 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시는 강남에서 침하가 더 빈번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노후하수관 때문이라는 주장은 고수하고 있다.

이수곤 교수는 최근 송파구 제2롯데월드 근처의 도로함몰을 상기시켰다. 그 하수관은 최근 2~3년 사이에 묻은 것이다. 지반 침하는 난개발과 인·허가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건축 공사할 때 지하수를 빼내는 배수공법은 비용도 적고, 공간 활용도가 높아서 선호되지만 지하수를 뺀 공간으로 지반이 내려앉을 위험이 있다. 난개발로 여러 공사현장에서 동시에 지하수를 빼면 침하 가능성은 더더욱 올라간다. 시는 하수관교체를 빌미로 요금을 올릴 게 아니라 시민들이 납득할 말한 설명을 먼저 하고, 지반 침하에 대해선 별도의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하수관은 말이 없다.

신태현 기자 newt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