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 소비자가 봉? 글로벌 기업의 배짱

김보라 기자
입력일 2016-07-25 16:23 수정일 2016-07-25 16:25 발행일 2016-07-26 23면
인쇄아이콘
ScreenShot_20160113180855
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글로벌 기업들의 대표들은 한국 시장에 대해 “다른 나라에 비해 소비자들이 똑똑하고 식별력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모든 외국기업은 한국을 테스트 마켓으로 생각한다”며 상찬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정작 글로벌 기업 대표들은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한국 시장, 한국 소비자를 홀대하는 행태는 바뀌지 않고 있다.

가구공룡 이케아는 미국에서 자사의 말름(MALM) 서랍장을 통해 어린이가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자 이 서랍장의 판매를 중단하고, 리콜조치했다. 중국에서도 집까지 찾아가 무료로 안전조치를 해주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환불은 해주면서도 해당 서랍장을 계속 판매하는 이율 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케아의 이같은 모습은 마치 ‘우는 아이에게만 떡 하나 더 준다’는 한국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비단 이 같은 영업방식은 이케아만의 문제만이 아니다. 최근 배출가구 조작 논란이 일고 있는 폴크스바겐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18조원 가까운 배상금을 주기로 했지만 한국에선 금전적인 배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 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공기청정기 필터를 제조사인 글로벌 기업 3M도 안전하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다 환경부의 발표가 나서야 해당 제품을 회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들 기업은 “양국의 안전규정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법을 어긴 바가 없다”라는 점 등으로 한국에서 해결에 있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문제는 관련 법과 제도가 느슨한 탓에 이들이 한국 소비자들을 무시하고 배짱을 부려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도 없다는 점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글로벌 기업에겐 한국이 ‘호갱’이나 ‘봉(鳳)’이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계절이다.

김보라 기자 bora669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