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화가 좋으면 뭐해? 극장이 걸어줘야지!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6-07-20 14:55 수정일 2016-07-20 14:55 발행일 2016-07-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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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문화부 기자

영화가 끝나자 관객석 곳곳에서 박수 소리가 들렸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질문은 끊이지 않았다. 젊은 기자들은 스스로를 떠올리며 공감했고 살짝 연배가 있는 기자들도 오늘날 청춘의 고민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다며 감독과 배우에게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보냈다. 기자와 평론가를 초청한 언론시사회에서 나온 긍정적인 반응은 다큐멘터리 영화 ‘홀리워킹데이’의 밝은 시작을 알렸다. 영화는 감독을 포함한 청춘 4명이 호주 농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생존기다. 힘들지만 낭만이 가득한 그들의 삶은 오늘날 취업으로 힘들어하는 젊은이의 공감을 얻는다. 중·장년층에게는 요즘 청년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극장 밖을 나가면서 ‘홀리워킹데이’의 여운은 점차 사라졌다. 호주가 아닌 서울 풍경이 눈에 들어오며 앞으로 영화가 헤쳐나가야 할 힘든 현실이 느껴졌다. 동료 기자에게 “영화 좋은데 잘 되겠죠”라고 묻자 “글쎄, 영화가 좋으면 뭐해. 극장이 걸어줘야지”란 답이 돌아온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는 개봉했지만 극장에서 만나긴 힘들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영화가 개봉한 지난달 30일 전국 스크린수는 16개에 불과했다. 
영화의 다양성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온 문제다. 그러나 나아지질 않는다. 오늘날 영화 산업의 발전에는 분명 극장을 운영하는 기업의 공이 컸다. 하지만 그 투자는 단기적이다. 눈앞의 성공을 위해 일부 티켓파워가 높은 배우가 반복 캐스팅된다. 재벌을 비판하는 범죄 액션이 관객의 공감을 얻자 비슷한 작품이 꾸준히 제작된다. 언제부터인가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멜로 영화는 만나기 힘들어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안 되니까. 그럴 바에야 과거 인기 있었던 영화를 재개봉하는 것이 수익률이 높다.
최근엔 개봉 전 대규모 유료 시사를 여는 ‘변칙 개봉’이 문제가 되고 있다. 20일 개봉한 ‘부산행’은 그 전 주말에 변칙 개봉을 해 평균 400개가 넘는 스크린을 점령해 관객수 56만명을 기록했다. 말로는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을 위한 서비스라고 하지만 입소문을 유도하는 마케팅일 뿐이다. 변칙 개봉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홀리워킹데이’와 같은 작은 영화에게 돌아간다. 
지금은 익숙한 장르 영화가 시장에서 인정받지만 나중에는 그것밖에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는 사이 영화의 작품성과 다양성은 사라진다. 영화는 다양한 우리의 삶을 반영하고 현실이 줄 수 없는 판타지를 담아야 한다. 그 형태가 고정된다면 관객의 싫증은 당연하다. 
김동민 문화부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