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우건설과 대우조선해양의 평행이론… 공짜 ‘낙하산’은 없다

성동규 기자
입력일 2016-07-19 09:51 수정일 2016-07-21 17:17 발행일 2016-07-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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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규 사회부동산부 기자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을 하든지 사람은 항상 대가를 치른다. 순리를 역행하는 일일수록 그 대가는 더욱 크다. 정치권 개입에 따른 대우건설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우려스럽게 보이는 까닭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우건설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말 신임 인선 과정의 최종 단계에서 갑자기 절차를 중단했다. 지원자격을 외부인사로 확대해 재공모를 진행하기 한 달 여에 걸친 인선을 번복한 것이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사장추천위원 5명 중 2명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경영진이다. 산업은행은 2010년 사모펀드(KDB밸류제6호)를 통해 대우건설 지분 50.75%를 인수한 대주주로서 절대적인 위치에 있다. 다시 말해 누가 이런 비상식적인 지시를 했는지 명확하다는 얘기다.

역시나 낙하산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13일 다시 열린 사장후보추천위원회 당시 외부 방문객이 회의실로 들어가며 한 전화 통화에서 “네, 의원님”이라고 말했고 그와 사추위원이 다른 회의실에서 따로 논의를 벌였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의혹’은 ‘확신’으로 굳어져 갔다.

최종 후보로 선정된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이 “여권 실세 누구누구와 줄이 닿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국회의원과 고위 관료들의 실명이 나돌기도 했다. 이런 논란은 어딘가 낯이 익다. 대우조선해양의 신임사장 인선과정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대우조선해양이 몰락한 이유는 낙하산 인사의 탓이 크다. 이들이 방만 경영을 하는 동안 부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런가 하면 방만한 경영으로 덩치를 키우기 위해 엉뚱한 자회사를 신설하거나 인수했다.

관리책임이 있는 산업은행은 사실상 눈을 돌렸고 ‘서별관회의’에서는 부실을 알면서도 4조2000억원의 혈세를 지원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낙하산 인사는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수조원대 적자에도 수천억원에 이르는 성과급잔치를 벌이고 수십억원대 비자금을 만들었다. 이 돈이 정치권 등에 흘러들어 가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 과연 대우건설에 떨어질 낙하산 인사라고 다를까.

심지어 일각에선 산업은행이 사모펀드 만기인 내년 10월 대우건설을 매각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굳이 낙하산 인사를 꽂는 것은 내년 대선에 쓰일 정치자금 창구로 쓰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문까지 나돈다. 그렇지 않고서는 현재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믿고 싶지 않은 주장이지만 일면으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낙하산 인사의 진짜 임무가 어떤 것이든 5000여명의 대우건설 임직원과 하청업체 직원들 종국에는 대우건설이 만든 아파트와 도로를 이용하는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다.

아직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릴 시간이 남아있다. 이제라도 대우건설 사장 인선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뽑아야 한다. 동시에 사장 선임을 둘러싼 모든 논란을 산업은행과 사추위원이 책임지고 해명해야 한다.

성동규 기자 dongkur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