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내 나이가 어때서!"… 인터넷 쇼핑몰 CEO를 꿈꾸는 박경숙씨

고영화 기자
입력일 2016-07-14 07:00 수정일 2016-07-14 07:00 발행일 2016-07-1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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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100세 테크] "3개월만에 컴맹 탈출… '온라인 공방'도 차렸어요"
폴리텍 인천캠퍼스 박경숙6
폴리텍대학 인천캠퍼스에서 ‘인터넷쇼핑몰 제작및 운용’과정을 이수한 박경숙 씨가 자신이 구축한 싸이트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양윤모 기자)

손뜨개질로 만든 곰돌이 인형과 의류, 가방 등 생활용품으로 가득찬 ‘썸데이’ 공방. 12년 째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박경숙(58) 씨가 자신의 블로그인 ‘버럭할매의 우당탕탕 놀이터’를 보여주며 말을 꺼냈다.

“요즘 공방에 직접 찾아와서 제품을 보고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잖아요. 다 인터넷으로 사지.”

박씨는 인터넷 쇼핑몰의 인기와 이러한 최근 소비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지난달 한국폴리텍대학교 인천캠퍼스에서 ‘인터넷 쇼핑몰 제작 및 운영’ 과정을 수료했다.

박 씨가 처음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된 것은 우연히 길거리 가판대에 꽂혀진 정보지 덕분이다. 어떻게 하면 공방에서 자신이 만든 인형, 의류, 가방 등을 더 많이 판매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차에 뜻하지 않게 해결책을 만난 것이다.

사실 박 씨에게 인터넷과 컴퓨터는 왠지 거리감이 있었다. 과거 도스(DOS)로 운용되던 시대에 잠시 접했던 경험만 있을 뿐 이른바 ‘컴맹’이었다. “처음에는 컴퓨터로 블로그에 글과 사진을 올리는 방법도 몰랐다”며 “교육을 받으면서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같은 것을 처음 접하게 됐다”고 쑥스럽게 말했다.

박 씨는 3개월의 교육을 끝내고 이젠 포토샵, 일러스트, 파워포인트 제작 방법 등을 준수하게 다룰 수 있게 됐다. 지금은 학교에서 배운 컴퓨터 활용 능력을 발휘해 인터넷 쇼핑몰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아마 7월 말에서 8월 초에는 쇼핑몰을 열 수 있을 거에요. 이미 통신판매업 등록을 마친 상태 예요” 그는 “같이 공부했던 동기들이 어찌나 신경을 써주는지, 그래서 더 잘 될 것 같아요”라며 크게 웃었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공부가 쉬운 것 만은 아니었다. 60세를 바라보는 박 씨에게 컴퓨터 프로그램들은 ‘생소함’ 그 자체였다. 전날 배운 것도 다시 해보려니 잘 되지 않는 때가 부지기수였다. “수업에서 분명 배운 것인데 다시 하려니 교재도 뒤적거리고, 필기한 노트도 다시 살펴봐야 했어요.”

가사와 학업, 생업을 병행하느라 몸이 열개라도 부족한 시기에 남편과 학우들은 박 씨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그는 “당시 제가 이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하도록 권했던 사람이 남편이에요. 학업으로 바쁠 땐 공방일도 도와주곤 했죠”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박 씨는 “한 번은 제가 몸살로 앓아 누운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들이 걱정을 해주며 안부를 묻고 도움을 줘 정말 큰 힘이 됐어요”라며 동료들과의 끈끈한 우정을 자랑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을 묻자 박 씨는 주저 없이 ‘쇼핑몰 직무소양 기본교육’을 꼽았다. “처음엔 컴퓨터 실습 교육을 더 시키지, 왜 이런 수업을 하는 건가하고 불만을 가졌어요. 하지만 이 교육을 통해서 인터넷 쇼핑몰 사장으로써 가져야 할 자세를 배울 수 있었어요.” 덕분에 그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타인을 포용하고 이해하는 자세 등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만족해 했다.

박 씨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흔히 나이가 들면 도전하는 것을 주저하기 마련이지만 그럴수록 더욱 의욕적으로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나이에 내가 뭘 하겠어’라고 생각하기엔 남은 인생이 너무 아깝잖아요?”라고 되물었다.

박 씨는 “지금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간간히 물건을 판매하고 있지만 곧 어엿한 온라인 쇼핑몰 CEO가 될 거에요”라며 “이제 저는 인생을 지금부터 다시 산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고영화 기자 mov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