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얼음정수기가 아직도 생소합니까

박준호 기자
입력일 2016-07-11 17:47 수정일 2016-07-11 17:48 발행일 2016-07-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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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생활경제부 기자

지난 2003년 8월 얼음정수기가 국내에 처음 등장했다. 그리고 2016년 7월 코웨이 얼음정수기에서 중금속 니켈 성분이 검출됐다. 

얼음정수기가 일상 속에 자리 잡은 지 벌써 13년이란 세월이 지났건만 제품의 안전을 관리 감독해야 할 정부는 뒤늦게 허둥지둥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금속이 검출되면서 국민들이 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지만, 현실은 명확한 소관 부처조차 제대로 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수기는 ‘먹는물 관리법’에 의거해 환경부 소관인데 반해 융·복합 기기로 분류되는 얼음정수기는 식용 얼음을 관리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이다. 제품 결함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하고 있다.

얼음정수기와 같은 해에 태어난 아이가 교복을 입는 나이가 됐건만 정부는 아직까지도 얼음정수기의 안전관리를 책임질 명확한 관련 부처하나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왕좌왕하는 정부를 보면 얼음정수기가 마치 어떠한 규제를 적용해야 하는지 헷갈리는 생소한 발명품이라도 되는 듯하다.

이처럼 인증 및 관리 기관이 다르다 보니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또 서로 책임을 미루다 보니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폭탄 돌리기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진다.

코웨이 정수기 소식이 알려진 지난 4일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드론 규제 완화를 발표했다. 상용화된 드론이 하늘을 통해 물건을 배달할 일이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또 드론이 이런저런 사고를 일으키면 그 때 가서야 소관부처를 정하고 야단법석을 떨 정부를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박준호 생활경제부 기자 ju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