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급거 귀국… 통화정책 변화올까

최재영 기자
입력일 2016-06-27 16:58 수정일 2016-06-27 18:18 발행일 2016-06-2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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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후 서울 한국은행에서 열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관련 대책 논의 긴급간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

국제결제은행(BIS) 연차총회 참석차 스위스 바젤을 방문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당초 일정을 하루 앞당겨 27일(한국시간)에 조기 귀국한 이유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후폭풍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총재는 이날 공항에서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했고 바로 한은 본관을 찾아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했다.

한은은 이날 회의에서 이번주 중으로 공개시장운영 계획을 통해 3조원 이상을 시중에 확대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이 총재는 “대외 개방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 측면에서도 브렉시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향후 상황 전개의 불확실성이 매우 큰 만큼 유럽과 미국 등 주요국의 시장상황을 계속 면밀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이처럼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는 이유는 브렉시트 발표 이후 세계 통화 균형이 흔들리면서 유럽, 일본,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이 ‘완화’로 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엔화가 치솟자, 바로 시장개입을 예고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일본은행이 현재의 마이너스 금리(-0.1%)를 더 낮추거나 국채 매입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 가치가 안정세를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지급준비율 인하를 내비쳤다. 영국 중앙은행은 필요하다면 2500억 파운드(약3700억 달러)에 달하는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0.5% 인 기준금리를 0.05%까지 낮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현재 0.05%에서 제로(0)%로 낮출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미국 월가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점쳤다.

한은은 이날 회의에 본부 주요 실무담당자 뿐만 아니라 뉴욕, 워싱턴, 런던, 프랑크푸르트, 도쿄, 베이징 등 국외 사무소도 콘퍼런스 콜을 통해 참석시켰다. 각국의 금융·외환시장 상황과 중앙은행 대응 방향에 대해 중점 논의하기 위한 조치였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한은의 통화 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내 기준금리의 추가인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쟁적으로 환율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면 결국 우리도 통화정책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3조원 공급 규모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 했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통화정책 변화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총재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시중 유동성을 여유롭게 관리하고 향후 상황 악화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철저히 보완해 나갈 것”이라며 “실물경제 측면에서도 수출, 성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점검하고 정부 등 국내 유관기관과 주요국 중앙은행과도 정보교류와 정책공조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