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BIS) 연차총회 참석차 스위스 바젤을 방문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당초 일정을 하루 앞당겨 27일(한국시간)에 조기 귀국한 이유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후폭풍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총재는 이날 공항에서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했고 바로 한은 본관을 찾아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했다.
한은은 이날 회의에서 이번주 중으로 공개시장운영 계획을 통해 3조원 이상을 시중에 확대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이 총재는 “대외 개방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 측면에서도 브렉시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향후 상황 전개의 불확실성이 매우 큰 만큼 유럽과 미국 등 주요국의 시장상황을 계속 면밀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이처럼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는 이유는 브렉시트 발표 이후 세계 통화 균형이 흔들리면서 유럽, 일본,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이 ‘완화’로 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엔화가 치솟자, 바로 시장개입을 예고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일본은행이 현재의 마이너스 금리(-0.1%)를 더 낮추거나 국채 매입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 가치가 안정세를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지급준비율 인하를 내비쳤다. 영국 중앙은행은 필요하다면 2500억 파운드(약3700억 달러)에 달하는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0.5% 인 기준금리를 0.05%까지 낮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현재 0.05%에서 제로(0)%로 낮출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미국 월가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점쳤다.
한은은 이날 회의에 본부 주요 실무담당자 뿐만 아니라 뉴욕, 워싱턴, 런던, 프랑크푸르트, 도쿄, 베이징 등 국외 사무소도 콘퍼런스 콜을 통해 참석시켰다. 각국의 금융·외환시장 상황과 중앙은행 대응 방향에 대해 중점 논의하기 위한 조치였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한은의 통화 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내 기준금리의 추가인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쟁적으로 환율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면 결국 우리도 통화정책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3조원 공급 규모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 했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통화정책 변화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총재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시중 유동성을 여유롭게 관리하고 향후 상황 악화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철저히 보완해 나갈 것”이라며 “실물경제 측면에서도 수출, 성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점검하고 정부 등 국내 유관기관과 주요국 중앙은행과도 정보교류와 정책공조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viva100.com